[주간조선] 홍준표 경남지사 “내년 1월부터 대권 후보 경선 치르자”

입력 2016.05.25 11:46

“역동적 경선 치르면 정권 창출 기회 생겨… 우리도 내부에서 대권 후보 만들어내야”

▲ 홍준표 경남지사 /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 홍준표 경남지사 /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김무성 전 대표가 1월쯤 불출마 선언을 한 후 공천권을 틀어쥐고 개혁 공천을 했어야지….”
  
   지난 5월 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홍준표(62) 경남지사는 4·13 총선 패배에 대한 아쉬움부터 토로했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여권 지도부가 ‘질 수 없는 선거’를 ‘이길 수 없는 선거’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2012년 말 재보궐선거에서 도지사가 된 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홍 지사는 지난해 불거진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 스스로 페이스북에 올린 표현대로 ‘올무에 걸린 신세’다.
  
   재판에 대한 부담 때문에 최근에는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주간조선의 인터뷰 요청을 의외로 선뜻 받아들였고, 가슴에 담아뒀던 것을 한꺼번에 터뜨리듯 두 시간 가까이 말을 이어갔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원권도 정지된 상태지만 원내 대표와 당 대표까지 지낸 4선의 중진으로서 위기의 새누리당에 대해 침묵만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기자도 취재원으로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그에게 꽤 많은 질문을 던졌다.
  
   - 총선 개표 방송을 봤나. “관사에서 혼자 밤새 지켜봤다.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오히려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 패배가 예정돼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국회 다수당을 가진 대통령이 국회를 외면하고 국민을 상대로 호소를 했다. 정상적인 정치가 아니었다.”
  
   홍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정치’부터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으면서 역시 불통(不通)의 문제를 지적했다.
  
   - 박 대통령은 발목만 잡는 국회를 상대하지 않더라도 국민만 바라보며 소신껏 정치하겠다는 태도 같은데. “의회와 소통을 안 해도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는 독재 시대나 가능했다.”
  
   홍 지사는 “김영삼·김대중 대통령만 해도 의회주의자여서 의회와 소통하려고 했지만 그 이후의 대통령들은 다 여의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와 소통을 안 했다”며 “아마 여의도에 질리고 못 볼 꼴을 많이 봐서 당선된 이후에는 더 이상 상대 안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 무시하며 레임덕 자초하는 대통령”
  
   - 이번 총선 패배로 대통령 레임덕이 시작됐다고들 한다. “최근 대통령들은 여의도를 무시하면서 취임 초부터 레임덕을 자초한다. 어찌 보면 5년 내내 레임덕이다. 요즘은 취임 한 달만 돼도 다들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서지 않나. 대통령 임기 1년 차부터 차기주자 지지율 조사를 하는 나라는 아마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5년 단임제는 대통령 무책임제이기도 하다. 다시 출마할 것도 아니니까 대통령이 독선적·독단적으로 해도 제어할 장치가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진 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레임덕이 온 줄 진짜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인가. “진짜 모른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랬다. 3년 차쯤인가 안가(安家)에서 둘이 만났는데 이미 레임덕이 시작됐는데도 본인만 모르고 있었다. 레임덕 얘기 꺼내니까 펄쩍 뛰면서 아니라고 그러더라.”
  
   - 총선 패배가 대통령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 공천 과정에서부터 계파 간 이전투구를 벌이며 국민을 실망시킨 것 아닌가. “그건 김무성 대표의 잘못이 크다. 국민에게 공천권 돌려주자며 국민공천인가를 주장했는데 그게 뒤집어보면 우리끼리 다 해먹자는 주장 아닌가.”
  
   - 국민공천은 좋게 보면 밀실공천 하지 말고 교과서대로 하자는 취지 아닌가. “미국이나 영국처럼 풀뿌리민주주의가 수백 년 정착된 나라라면 모르지만 우리는 결국 현역들끼리 다 해먹자는 취지로밖에는 비치지 않는다.”
  
   - 친박들이 공천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것도 문제 아니었나. “친박들이 김 대표를 찍어눌러서 뭔가 해보자고 한 것이다. 그건 친박의 기득권 보호다. 기득권 보호라는 차원에서 보면 김 전 대표나 친박이나 똑같다.”
  
   홍 지사는 총선 패배를 결정적으로 예감한 것이 김 전 대표의 이른바 ‘옥새 파동’ 때였다고 했다. “언론에서 김 전 대표의 부산행을 과거 대권 후보 쟁취를 위한 YS의 마산행에 빗댔던데 어디 거기다가 비교하나. 김 전 대표는 자기 공천 확정된 후 이틀 뒤에 도장을 갖고 튀었다. 튀려면 일찍 튀었어야지 자기 밥그릇 챙기고 난 후에야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자기 건 하나도 내려놓지 않고 분열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우리 국민들은 적어도 여당이라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 그러면 김 전 대표가 어떻게 했어야 했나. “1월쯤 불출마 선언을 했어야지. 그리고 차기 정권 창출에 전념하겠다면서 공천권을 자기가 틀어쥐었어야 했다. 현역 절반 이상을 바꾼다는 각오로 물갈이를 시도했으면 청와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무성, 불출마 선언하고 공천권 쥐었어야”
  
   - 그래도 대통령이 무리하게 자기 사람을 공천하려고 하면서 문제가 더 커진 게 아닌가. “그러면 대표가 청와대와 물밑 협상을 했어야지. 사실 이한구 위원장이 누구를 믿고 그렇게 공천권을 휘둘렀겠나. 뒤에 숨은 청와대를 믿은 것 아닌가. 그런 숨은 권력과 문제를 푸는 건 대표의 몫이다. 장막 뒤에서 어떤 모욕을 감수하면서라도 개혁 공천을 설득했어야 했다. 자기 마음에 안 들어도 참으면서 끝까지 청와대와 협상을 하고 분열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훈수는 어찌보면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인지 모른다. 홍 지사는 2011년 7·4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돼 여당 대표가 어떤 자리인지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강행 후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와 이른바 ‘디도스 파동’ 등이 겹치면서 5개월 만에 대표직을 그만두긴 했지만 그 역시 당시 여당 대표로서 2012년 총선 전략을 구상했었다.
  
   - 2011년 당 대표를 지내면서 개혁공천과 당 쇄신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도 2012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후 현역 절반을 물갈이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 낌새를 알고 밀려날 사람들이 들고일어나서 비주류인 나를 쫓아낸 것 아닌가. 내가 그때 디도스 파동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 아침 10시쯤 예의 차원에서 청와대에 물러나겠다고 통보하고 바로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 버틸 수 없었나. “사실 여당 대표가 버티면 쫓아낼 방법은 없다. 오히려 당시 유력주자였던 박근혜 의원 측에서는 내가 물러나지 않기를 바랐다. 나한테 두 번인가 연락을 해서 당 대표직을 사퇴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조기등판했다가 총선에서 패하면 상처입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내가 물러나지 않으면 당내 혼란이 수습이 안 된다고 보고 측근인 최경환 의원한테 사퇴할 테니 박근혜 의원이 (당 대표로) 조기등판하라고 했다.”
  
   - 결국 이번에 김무성 전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은 게 당의 활로를 막아버렸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게 아쉽다. 김 전 대표가 더 큰 길을 가려고 하고 선거에서도 이기려고 했다면 자기 것을 내려놨어야 했다. 만약 그렇게 해서 선거에 이겼더라면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의 거의 유일한 대선후보가 됐을 것이다.”
  
   홍 지사는 공천이 꼬여버린 문제의 근원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전 대표 사이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때 김무성 전 대표가 원내대표에 나가는 순간 박 대통령을 배신한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서로 못 믿게 됐다. 박 대통령의 마지막 한계가 배신의 선을 넘는 것이다. 아버지가 측근의 배신으로 돌아가셨다고 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배신에 대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용납 안 한다. 그건 그 양반의 정치철학이고 인생이어서 비난할 수도 없다. 유승민 의원 복당 얘기가 나오지만 아마 유 의원이 복당하면 박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다.”
  
   - 홍 지사가 여당 대표할 때는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땠나. “같이 정치를 오래해 친하기도 했지만 당 대표 되자마자 MB한테 ‘여의도는 내가 책임진다.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MB도 ‘네가 책임지고 하면 내가 간섭 안 한다’고 했다. 심지어 장관을 임명할 때도 ‘복수의 인사를 주면 우리가 결정해 인사청문회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인사청문회는 어차피 당과 국회의 몫 아닌가. 실제 여당 대표할 때 장관 인사청문회를 세 번 했는데 모두 일주일 전에 청와대가 복수 명단을 갖고 오면 당에서 최종 결정했다. 내가 의총에서 ‘이 사람을 통과시켜 달라’고 의원들을 설득했고 다 통과시켰다. 그렇게 하는 게 정상적인 당청 관계다.”
  
   - 패배 후 당을 수습하는 게 더 중요한데 지금 새누리당은 비대위 구성부터 중구난방이다. “이번 비대위는 당권 비대위도 아니고 공천 비대위도 아니다. 그냥 당 대표 뽑는 걸 관리하는 비대위다.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나. 개인적으로는 정진석 원내총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전당대회 때까지 관리했으면 한다.”
  
   실제 새누리당은 5월 11일 정진석 원내총무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이와는 별도로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당 쇄신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유승민 복당하면 대통령이 탈당할 것”

▲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 혁신 비대위를 주장하는 쪽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데려오자는 주장도 했는데. “손 대표가 다시 돌아올 리도 없겠지만 만약 돌아온다면 정신병자다.(웃음)”
  
   - 총선 패배 후 홍 지사가 페이스북에 쓴 글들을 보니까 ‘어설픈 좌파 흉내 내지 말자’ ‘확고한 보수의 철학으로 가자’는 등의 주장을 폈던데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 “한국의 보수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이른바 안보 보수가 숙명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박근혜 정부가 잘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경제 보수, 사회 보수는 아니다. 현 정부에서도 얼치기 좌파 흉내 내는 게 많다.”
  
   - 어떤 게 있나. “누리과정 예산이 대표적이다. 대선 공약 사항이지만 무상급식 같은 것 흉내 내서 모든 가정에 다 보육수당 주겠다고 한 것 아닌가. 보편적 복지라는 좌파들의 주장에 현혹돼서 그런 무리한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 지난 대선 때 복지는 시대정신 아니었나. “복지가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가 문제라는 말이다. 보편적 복지는 북유럽처럼 빈부격차가 적고 소득의 45~55%를 세금으로 나는 나라에서나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직접세 내는 국민이 65%밖에 안 된다. 세율도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북유럽과 달리 20%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골고루 나눠줄 수 있나.”
  
   - 그럼 어떤 복지를 주장하나. “내가 주장하고 지금 경남도에서 실천하고 있는 게 서민복지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계층에는 보육비 29만원만 주지 말고 50만원, 100만원 주자는 취지다. 대한민국에서는 서민한테는 기회를 주고, 부자들한테는 자유를 주는 게 복지다. 부자들은 눈치 안 보고 돈 마음대로 쓰게 하는 대신 세금을 제대로 물리고, 서민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는 게 복지라는 말이다. 나는 지금 문제되는 로스쿨도 현대판 음서제도로 봐서 처음부터 반대했었다.”
  
   실제 홍 지사는 경남 도지사가 된 후 무상급식 폐지를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무상급식이 빌미가 돼 지금 주민소환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홍 지사는 “쓸데없는 낭비예산은 줄이는 대신 서민자녀 교육지원 4단계 사업 등 도움이 필요한 서민들은 더 많이 도와주고 있다”며 “올해 경남도 사회복지 예산은 역대 최고인 2조5300여억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취임할 때 경남도 빚이 1조4000억원 정도였는데 행정·재정 개혁 결과 오는 5월 31일부로 빚이 제로가 된다”며 “광역지자체 중 빚이 제로가 되는 것은 최초일 것”이라고도 했다.
  
   - 그럼 새누리당과 전신인 한나라당이 안보 말고는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제대로 한 게 없다고 생각하나. “대한민국에서 보수는 탐욕이 문제이고 진보는 위선이 문제다. 보수가 제대로 서려면 탐욕을, 진보가 제대로 서려면 위선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지금 기득권 옹호당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명언을 하나 남긴 게 있다. ‘보수는 어떤 수식어를 붙이더라도 기득권 지키기’라는 말인데, 우리가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왜 재벌 옹호당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하나.”
  
   -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누리당이 합리적 보수의 길을 묵묵히 걸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던데 합리적 보수가 뭔가. “지금 더불어민주당 김종인씨가 얘기하는 경제민주화는 우리 헌법의 본질적 가치인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질서를 보완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좌파는 이 보완 개념을 주 개념인 양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심지어 여기에 영합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보수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아까 얘기한 보수의 약점인 탐욕을 털어내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이른바 점진적 개혁주의고 우리의 좌표가 되어야 한다. 저쪽에서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하면서 다 뒤집어엎자는 듯이 얘기하는 건 급진적 개혁 아니냐. 우리는 그것과는 달리 가야 한다.”
  
   홍 지사는 이 대목에서 자신이 과거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한 일들을 소개했다. 이른바 ‘홍준표식 보수의 탐욕 털어내기’라고 주장하는 듯했다.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는 것으로 알고들 있지만 딱 하나 예외가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침탈했을 때 적용하는 징벌적 손배 제도인데 내가 대기업의 탐욕을 막기 위해서 법안을 만들었다.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 법안도 직접 집행을 못해 실현시키지는 못했지만 내가 만든 적이 있고, 은행연합회와 협의해 서민들 금리를 인하하고 햇살론도 도입했다. 이런 일들 하면서 내부에서 좌파라고 욕도 먹었지만 우리 헌법이 똑같이 비중 있게 다룬 평등으로 자유를 보완하는 게 보수가 살길이다.”
  
  
   “어설픈 좌파 흉내 내기는 그만하자”
  
   - 이번에 새누리당이 위기를 넘기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보나.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승리했으면 내년에 정권 창출 기회가 없었다고 본다. 하지만 총선에서 졌기 때문에 오히려 정권을 다시 잡을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우리가 야당이었던 2000년 총선 때 과반을 넘기는 승리를 했다. 그때는 2002년 정권을 잡을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를 내세웠다가 실패했다. 저쪽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이 2004년 총선에서 압승을 했지만 그 사람들이 정권 창출에 실패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절대로 힘을 한 곳에 몰아주지 않는다.”
  
   - 새누리당에 이렇다할 차기주자가 없는 게 가장 큰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게 보지 않는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솔직히 후보가 될 만한 사람들이 있었나. 하지만 그 사람들은 경선을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면서 정권 창출에 성공했다. 나는 내년 1월부터 새누리당이 경선 레이스를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선을 잘 짜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정권 창출 기회가 올 수 있다.”
  
   - 당내에 인적 자산이 많다는 얘기인가. “새누리당은 사람을 만들 생각을 하는 당이 아니었다. 기존에 잘 만들어진 사람을 데리고 와서 항상 후보로 내세우려 하니까 국민적 감흥이 없었다. 이회창도, 이명박도, 박근혜도 다 만들어진 사람 아닌가. 반면 민주당은 사람을 만들어내는 당이다. 노무현, 정동영, 문재인도 다 당에서 만든 후보다. 새누리당은 밖에서 잘 만들어진 사람을 데리고 오면 피리 부는 사람 쫓아가는 들쥐들처럼 줄줄 따라가다가 망한다. 그러니 자체 동력이 없는 당으로 비치는 것 아닌가. 이제는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
  
   - 당 일각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데려오는 게 최선의 정권 창출 방법이라고 아직도 보는 것 같은데. “일리가 있지만 데려와도 경선을 치러야 한다. 건강한 역동성을 보여줘야 당이 살아난다.”
  
   - 새누리당이 박근혜 마케팅으로 10년을 먹고살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일리가 있다고 보나. “타당성이 있지만 그건 이제 끝났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정권 재창출이라는 말을 하면 더 어려워진다. 그냥 정권 창출이고 새롭게 정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 2기가 아니었듯이. 박근혜 대통령을 밟고 갈 필요도 없다.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면 된다.”
  
   홍 지사는 “20년 정치 경험에서 보면 자기가 원하는 후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유일한 대통령은 DJ”라며 “이제 자기가 원하는 후보를 만들고 안 만들고는 대통령의 의지와 뜻으로 될 수 없다. 대통령이 자기 후계자를 만들려고 하면 더 비참해지기 때문에 그런 시도는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내 역학관계만 보면 친박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건 의미 없다. 지금 계파라는 건 과거 동교동계 상도동계처럼 정권 획득을 위해 목숨을 바치던 집단이 아니다. 동지적 결속력이 없다. 그냥 이익집단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만 맞으면 언제든지 둥지를 옮길 수 있는 게 지금의 새누리당 계파다.”
  
   - 총선 패배 후 박 대통령을 향해 계파 해체 선언을 하라는 주문도 있었는데. “그것도 난센스다. 친박이든 뭐든 이제 자동적으로 없어진다. 흘러가는 사람 치맛자락을 붙들 사람들이 아니다. 대권 가능성 있는 사람이 나오면 그리로 다 붙을 사람들이다.”
  
   - 그럼 더불어민주당의 친노는 어떤가. 그것도 없어지는 계파인가. “그건 좀 다르다. 친노는 이익집단이 아니라 이념집단이다. 진보좌파 이념으로 뭉쳐진 집단이다. 이념집단이 무서운 건 소수라도 동지적 결속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사람들한테 사실 새누리당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언제라도 해체 가능한 이익집단으로 비쳐진 지 오래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옛날에 김문수, 이재오, 정형근과 내가 뭉쳐서 DJ 저격수 할 때는 민주당이 우리를 좀 무서워했다”면서 웃었다. 자기 자랑하면서 웃는 게 환갑이 넘은 사람 같아 보이질 않았다.
  
  
   “새누리는 이익집단, 친노는 무서운 이념집단”
  
   -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정계은퇴 발언을 했다가 사실상 번복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나. 정계은퇴 발언을 책임지라고 단순하게 다그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본인이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호남 지지를 회복하지 못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야당 후보가 될 수 없다.”
  
   - 총선서 예상 밖 승리를 거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차기주자로서 계속 탄력을 받으면 새누리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을 하려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정치다. 경제는 경제 전문가한테 맡기면 되지만 정치는 다르다. 대통령은 정치적 경험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정치적 타협을 숱하게 해봤어야 한다. 그런데 YS와 DJ를 거치면서 이제는 아무나 대통령을 하는 시대가 됐다. 의사 좀 하다가 백신 하나 개발해 회사 운영했다고 대통령 하려는 사람도 있고, 인권변호사 좀 해본 초선 출신도 대통령 하겠다고 한다.”
  
   이날 홍 지사는 당의 앞날에 대해서는 열정적인 훈수를 했지만 대권 도전 가능성 등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다만 그는 “재판 선고가 예정된 7월 말이면 올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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