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입원치료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사문화(死文化) 됐던 ‘행정입원’ 절차를 살려 정신질환자 범죄 예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이 치안활동 중 정신질환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정신병원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해 행정입원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은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술에 취해 자신이나 남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은 의료기관 등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두고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신보건법 역시 범죄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정신질환자를 경찰관이 발견하면 지자체장에게 해당 인물의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강 청장은 “사실상 사문화한 조항인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도 행정입원을 추진하는 데 적극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범죄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일선에 배포해 경찰관이 현장에서 행정입원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주간뿐 아니라 야간에도 행정입원할 수 있는 병원도 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지정하기로 했다.
경찰은 정신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다 퇴원한 사람이 치료 중단 후 증상이 심해져 범죄를 일으키는 일을 막을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 가해자 김모씨(34·구속)가 지난 1월 조현병 치료를 중단해 피해망상이 커진 점이 범행 원인 중 하나로 꼽힌 것처럼 정신질환이 범행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얘기다.
강 청장은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퇴원에 구체적 요건을 정하고, 보건소나 경찰관서와 네트워크를 만들어 정기 점검하는 체제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경찰의 정신병원 입원 요청권 확대는 자칫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법 시행 전까지 매뉴얼 마련과 교육 등으로 인권침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