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남 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분홍색 코끼리 탈을 쓰고 나타난 김모(31)씨가 폭행당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당시 김씨는 분홍색 코끼리 탈을 쓴 차림에 "육식동물이 나쁜 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이 나쁜 것"이라며 "더 안전한 대한민국, 남·여 함께 만들어요" 등 문구가 적힌 화이트보드를 들고 강남역에 서 있었다.

이를 본 현장에 있던 일부 사람들이 "추모 공간에 코끼리 탈을 쓰고 온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일베 회원이 아니라면 당당하게 탈을 벗어봐라"며 김씨의 탈을 벗기려고 하거나 밀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결국 경찰이 출동해 상황이 종료됐다.

그후 이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김씨와 추모객들의 태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건을 강력팀에 배당하고, 폭행한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지난 17일 이곳 인근 화장실에서 한 남성의 흉기에 23세 여성이 목숨을 잃은 뒤 피해 여성을 애도하는 추모의 장소가 됐다. 일각에서 이번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라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인터텟상에는 여성 혐오·남성 혐오 갈등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강남역 10번 출구 현장에서도 양측 간 언쟁과 비방, 욕설, 몸싸움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이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고 주장한 남성의 마스크를 벗기려던 또 다른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경찰은 이곳에서 한 여중생이 '남혐·여혐 싫다, 서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가 폭행당한 사건의 사실 관계도 확인 중이다.

인터넷에는 한 여성이 여중생의 피켓을 빼앗아 집어던지고 여중생의 가슴을 밀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