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된 日 은둔형 외톨이 '가족 내 야쿠자'로 군림

입력 2016.05.23 03:00

[오늘의 세상] 70만명 '日사회 시한폭탄' 되다

- 20년 가까이 방 틀어박힌 日40대
"나이 들수록 사회적응 어렵고 한층 공격적이 되는 경우 많아"
부모에 폭언… 흉기까지 휘둘러

- 한국도 남의 일 아니다
국내 은둔형 외톨이 30만 추정… 2012년엔 연쇄범죄 저지르기도

23세 때 자기 방에 틀어박힌 남자 A(41)씨가 18년간 한 발자국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불혹을 넘겼다. 세 평짜리 방에서 70㎏짜리 역기로 근육을 단련하고, 집 안 곳곳에 매직으로 '테노오샤(低能者·능력 없는 인간)'라고 썼다. 70대 부모에게 "내가 이렇게 된 건 당신들 탓"이라며 "능력 있는 내가 능력 없는 당신들을 지배한다"고 했다.

이 남자를 정신과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지난 15일 아침 도쿄 근교 작은 소도시에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건장한 요원 4명이 두툼한 목 보호대를 찼다. A씨가 흉기를 휘두를 경우, 목 동맥을 지키는 보호장구다. 정신 질환자 병원 이송 전문가 오시카와 다케시(押川剛·48)씨는 취재팀에 "상황이 급박해지면 기자를 보호할 여유가 없다. 스스로 안전을 도모하라"고 했다. 경찰차 두 대가 따라왔다. 동네 할머니가 겁이 나는지 눈물을 보였다. "수십년 알고 지냈지만 이 댁에 이런 아들이 있을 줄 몰랐어요."

중년이 된 '은둔형 외톨이'가 일본 사회의 시한폭탄이 됐다. 1980~1990년대 등교를 거부하고 방에 틀어박힌 아이들이 이제 40대에 접어들었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10대의 문제'라고 안이하게 대응한 게 오판(誤判)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역의 은둔형 외톨이는 69만6000명이고 그중 26.9%가 35세 이상이었다. 상당수가 그 상태 그대로 40대에 접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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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팀은 공격 대비 목 보호대 차고… - 15일 오전 도쿄 인근 소도시 마을에서 18년간 자기 방에 틀어박혀 지낸 41세 은둔형 외톨이 A씨를 정신과 병원으로 입원시키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요원들이 이날 속옷 차림으로 집에 있는 A씨에게 다가가고 있다. 요원들은 A씨가 흉기를 휘두를 경우를 대비해 두툼한 목 보호대를 찼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구속복을 입고 들것에 누운 A씨를 요원들이 앰뷸런스에 싣고 있는 모습. 경찰이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김수혜 특파원
오시카와씨는 "스무 살 무렵 은둔형 외톨이였던 사람 중 둘에 하나는 마흔이 넘어도 은둔형 외톨이"라면서 "모두가 위험한 정신 질환자라곤 할 수 없지만, 상당수가 나이 들수록 공격적으로 변해 '가족 내의 야쿠자'로 군림한다"고 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일본재단 등 여러 공익법인·시민단체가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복귀를 돕고, 정부와 지자체가 직·간접 지원한다. 하지만 본인과 가족이 참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정부가 억지로 입원시키거나 훈련시킬 수도 없다.

연로한 부모가 더 이상 이들을 돌볼 수 없게 되면, 이들은 집 안에서 굶어죽거나, 먹을 걸 찾아 집 밖으로 나와 사건을 일으킨다. 반대로 이들의 행패를 견디다 못해 가족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A씨 부모는 경제적으론 넉넉했지만 부부관계는 냉랭했다. 아버지(73)는 "애 엄마가 아들을 싸고돌아서 이렇게 됐다"고 했고, 어머니(72)는 "애 아빠가 무관심해서 아이가 엇나갔다"고 했다.

A씨는 그들에게 아들이 아니라 '공포'였다. A씨는 수많은 규칙을 만들었다. '집 안에서 밥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내가 깨어 있는 동안은 아무도 방 밖으로 나오지 마라. 매일 내가 적어주는 대로 장을 봐서 냉장고를 채워놔라….' 이런 규칙을 어기면 폭언을 퍼붓고, 때로는 주먹과 칼을 휘둘렀다. 부모는 아들 방을 들여다볼 엄두조차 못냈다. 진작 전문가와 상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 이송 요원은 "체면(世間体) 잃는 걸 겁낸 것 같다"고 했다. 보다못한 A씨의 형이 작년 12월 오시카와씨를 찾아와 도움을 청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고 했다. 국내 은둔형 외톨이는 20만~30만명으로 추산된다. 2012년에는 이들에 의한 연쇄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4년째 집에 틀어박혀 살던 윤모(당시 27세)씨가 이유 없이 수퍼 여주인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 두 평 방에 수년간 혼자 살던 김모(당시 30세)씨도 옛 직장 동료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이날 오시카와씨 등은 A씨의 부모를 집 밖으로 나오게 한 뒤, A씨 혼자 있는 집 안에 뛰어들었다. 팬티 바람으로 아침을 차리던 A씨는 반항할 기회를 놓쳤다. 오시카와씨는 A씨를 제압한 뒤, "지금처럼 살아가면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없다. 병원에 가자"고 설득해 이송 차량에 태웠다. A씨는 그 와중에도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 "지웠어야 하는데…. 지웠어야 하는데…. 내 휴대폰 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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