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대통령, 親朴들 호위받으며 뭘 어찌하겠다는 건가

      입력 : 2016.05.20 03:23

      분당(分黨)에 버금가는 상황에 빠진 새누리당이 20일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수습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는 친박들이 '출구전략' 차원에서 제안하고 친박들을 향해 하룻밤 칩거 시위까지 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받아들였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17일 친박(親朴)들의 집단행동으로 무산된 비대위·혁신위를 다시 구성할지, 아니면 전당대회를 곧바로 개최하는 방향으로 갈지 등이 논의될 것이라 한다. 이 와중에 비박(非朴)이 주장하던 조기 전당대회를 이제 친박이 요구하고, 그러자 비박이 입장을 정반대로 바꾸는 등 상황이 뒤죽박죽 혼란스럽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문제를 잠시 유보하는 것일 뿐 사태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이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과 친박들에게 큰 반성과 변화를 주문한 총선 민심(民心)을 정작 당사자들이 당내 다수(多數)의 힘을 앞세워 강압적인 수단까지 써가며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심판을 받은 사람들이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할수록 새누리당 전체가 수렁으로 점점 빠져들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자명한 이치다.

      친박들이 지난 며칠간 한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친박의 정점(頂點)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거스를 가능성이 있는 당 지도부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한 가지로 압축된다. 대통령은 지난달 말 언론 간담회에서 유승민 의원에 대해 "그런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친박들은 이번에 유 의원 복당(復黨) 문제 때문에 전국위원회를 무산시켜 가면서 당 지도체제 복원(復元)을 막았다고 한다. 친박들이 비박들을 향해 "나갈 테면 나가라"고까지 하는 이유도 여기에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친박들이 이번에는 어떻게 덮고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언젠가는 다시 터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주변에선 박 대통령이 충성도 높은 친박 의원들을 거느리고 퇴임 후에도 계속 정치 활동을 하려 한다는 얘기가 총선 전부터 파다했다. 친박들도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로 친박들이 똘똘 뭉쳐 박 대통령의 퇴임 후까지 가려 한다면 당이 온전할 리 없다. 새누리당은 보수, 반공, 친미(親美) 같은 이념에 기반한 정당이 아니라 같은 출신 지역이나 친분 관계를 중심으로 결성된 사당(私黨)으로 쪼그라들 것이다. 그들끼리 뭉치면 뭉칠수록 이탈자가 나오지 않을 수 없고, 여권 전체가 분열로 치달을 가능성도 점점 커질 것이다. 그러는 동안 국정은 점점 꼬이고 국민의 불안감도 높아질 게 뻔하다.

      19일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노동개혁법안 같은 것들이 모두 폐기됐는데도 여당 내에서 말 한마디 나오지 않았다. 정신이 당내 권력에만 팔려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국민은 이제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돌려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사태에 책임 있게 대답할 사람은 박 대통령 한 사람밖에 없다. 대통령은 지난달 말 "친박을 만든 적이 없다"고 했다. 국민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런 말로는 상황이 수습되지 않는다. 패거리 정치를 넘어 나라를 걱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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