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연설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 시각) 미국 컬럼비아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사실상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가 된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하는 듯한 강도높은 비판 발언을 했다.

반 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에도, 여러분은 졸업을 통해 놀라운 기회들이 기다리는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 달라"면서 "우리는 시리아를 비롯한 각지에서 자행되는 전쟁범죄에 몸서리치고 인종차별과 증오, 특히 정치인과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인종차별과 증오)을 하는 데 대해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으로 역대 최고기온이 계속된 점을 상기시키며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우는 과정에서도 트럼프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는 역사적인 파리기후협정을 이뤄냈다. 이것을 살리는 데 힘을 합쳐달라"면서 "이 문제(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정치인에게는 표를 주지 말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말며, 제발 부탁이니 전등을 꺼달라"라고 말했다.

반 총장의 연설을 들은 학생들은 반 총장에게 큰 환호를 보냈다.

반 총장이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그가 언급한 '인종차별과 증오 발언을 하는 정치인'이나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정치인'이 트럼프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나 강간범으로 묘사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계속해 논란을 빚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우리가 직면한 첫 번째 도전 과제가 지구온난화'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장은 자신이 정치 역사에서 들어본 말 중에 가장 멍청한 것 중 하나라고 비판해왔다. 트럼프는 전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는 파리기후협정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협정이고 미국에 좋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컬럼비아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