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 아끼려 카풀… 돌아오지 못한 출근길

    입력 : 2016.05.17 03:00 | 수정 : 2016.05.17 09:58

    창원1터널서 급정거로 9중 추돌, 60여명 사상… 직장동료 4명, 버스에 끼여 숨져
    관광버스 타고 수련회 가던 중학생 233명 중 40여명 다쳐

    - 안전거리만 지켰어도…
    차량 간 거리 15~20m 불과… 전방 주시도 제대로 안해

    16일 오전 9시 48분쯤 경남 함안군 칠원읍 무기리 남해고속도로 창원1터널에서 9중(重) 추돌 사고가 일어나 4명이 숨지고 58명이 다쳤다.

    이날 사고는 2556m 길이의 터널 가운데 부근에서 북창원 방향으로 달리던 SUV 쏘렌토가 급정거하면서 일어났다. 뒤를 따르던 관광버스 5대와 5t 트럭, 모닝 승용차, SUV 테라칸 등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앞차를 연이어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모닝 승용차가 관광버스 사이에 끼여 크게 찌그러지면서 모닝을 운전하던 정모(59)씨와 이 차에 함께 타고 있던 3명 등 4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정씨 등 사망자들은 교통비를 아끼려 카풀을 해 경남 창녕에 있는 근무지로 출근하던 중이었다. 정씨 등은 부동산 관련 일을 했다고 한다.

    16일 오전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남해고속도로 창원1터널 내부의 9중 추돌 사고 현장에서 모닝 승용차가 관광버스 사이에 끼여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다. 이번 사고의 사망자 4명은 모두 이 차량에 타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
    16일 오전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남해고속도로 창원1터널 내부의 9중 추돌 사고 현장에서 모닝 승용차가 관광버스 사이에 끼여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다. 이번 사고의 사망자 4명은 모두 이 차량에 타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 /창원소방서 제공
    이 사고로 관광버스 5대에 나뉘어 타고 있던 경남 양산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 233명 가운데 40명가량이 다쳤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다. 당시 학생들은 고성 청소년수련원으로 가던 중이었다. 학생들은 "수련회 출발 전 선생님들이 '안전벨트를 꼭 매라'고 하셔서 말씀대로 따랐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수련 활동 일정을 중단하고 부상 학생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경찰은 일단 이번 사고가 맨 앞 쏘렌토 운전자가 급정거한 데다 뒤차들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것이 겹쳐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원인을 더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발생 구간은 차량 지체 또는 정체가 반복되는 곳이어서 앞을 잘 살펴야 하는 구간"이라며 "사고 차량들의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과속(過速)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고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이 터널 안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들의 차간 거리는 15~20m가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해고속도로 창원1터널 9중 추돌사고 그래픽
    쏘렌토 운전자 정모(여·59)씨는 경찰 조사에서 "앞서 가던 차가 급정거하는 것 같아 브레이크를 밟아서 섰는데 뒤에서 버스가 '꽝' 하면서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뒤를 따르던 관광버스 1대가 쏘렌토를 들이받고, 5t 트럭과 관광버스 두 대, 모닝 승용차, 다시 관광버스 순(順)으로 연쇄 추돌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관광버스에 타고 있다가 얼굴을 다친 중학생 박모(14)군은 "친구들과 자리에 앉아 게임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쿵 하는 충격이 느껴지면서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렸다"며 "버스 전등이 모두 나가고 밑에서 타는 냄새가 심하게 올라와 다급하게 버스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했다. 한 학생은 "버스 문이 안에서 안 열렸는데 다른 차에 탔던 선생님이 밖에서 개폐장치로 버스 문을 연 뒤 차량에 올라와 학생들에게 나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고 버스에 탄 중학생들은 사고 약 1시간 만에 모두 버스에서 나와 터널 가장자리를 걸어 탈출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창원시 소방본부 소방관은 "선생님들이 옆 차로에서 달려오는 차량에 속도를 줄이라고 손짓을 하면서 학생들을 안전하게 인솔해 2차 사고를 막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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