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중국어 사이트인 중문조선(cnnews.chosun.com)은 한국 뉴스와 경제 정보, 한류 소식을 중국어로 서비스하는 인터넷 매체다. 독자의 90%는 중국인이다.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과 '태양의 후예' 송중기 소식을 실으면 중국 젊은 층 반응이 뜨겁다. 북한 김정은의 고위 간부 처형 기사를 웨이보 계정에 올리면 비판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린다. 4월 중순 이 사이트 방문자가 30%가량 뚝 떨어졌다. 하루 평균 12만~13만 명이던 것이 8만~9만 명대로 하락했다. 중국에 확인해보니 베이징·톈진 등 일부 대도시에서 사이트가 차단되는 듯했다.
원인으로 몇 건의 기사가 지목됐다. 세계 각국의 조세 회피 의혹을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에 중국 전·현직 지도자의 친인척 10명이 포함돼 있다는 기사와 사드(THAAD)에 대한 중국의 압력을 비판한 사설·칼럼 등이었다. 모두 중국 지도부가 싫어할 만한 기사였다. 이후 중문조선은 언론 자유와 방문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언제부턴가 한국 언론은 중국 관련 보도에서 일종의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특정 기사로 중국과 관계가 불편해지면 중국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보복당할까 우려한다.
한국 언론 매체가 중국 눈치를 보는 것과 달리, 중국 매체들은 미디어 시장이 개방된 한국에서 자유롭게 활동한다. 인민일보와 자회사인 인민망(人民網), 신화통신 자회사인 신화망(新華網), 커뮤니티 사이트인 톈야(天涯) 등은 자회사 혹은 라이선스 협력회사를 세워 신문을 찍거나 한국어·중국어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매체는 중국 모회사의 영향력에 기대 한국 기업과 지자체, 대학을 상대로 광고영업 등 수익사업까지 하고 있다. 10여 년 전 국내 중국 유학생들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출발한 '분투재한국(奮鬪在韓國)'은 뉴스·쇼핑·의료성형·유학·여행 정보까지 포함한 포털로 변신해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반면 한국 매체는 중국에서 신문·잡지를 발행할 수도, 인터넷 사이트를 열 수도, 수익사업을 할 수도 없다. 오직 특파원 취재와 한국에서 인쇄된 신문·잡지의 제한적 배포만 가능하다. 미디어를 공산당 선전 도구이자 체제 유지 수단으로 보는 중국이 외국 매체의 중국 진출을 철저히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로 치면, 중국 선수들은 중앙선을 넘어 한국 진영에서 마음껏 뛰는데 한국 선수는 중국 진영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중국이 한국 매체를 차단하니 우리도 차단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 미디어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어렵게 언론 자유를 쟁취한 한국 언론이 중국이란 새로운 힘과 돈 앞에서 할 말을 못 하는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중국 언론이 국내에서 북핵, 주한미군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중국 목소리(中國聲音)'를 적극 내는데, 한국 매체는 중국에 진출하지도 못하고 사이트마저 종종 차단당하는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수억의 독자를 가진 중국 매체가 한·중 간 채널을 장악할 경우 재중 한국 기업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 누가 대변해줄 것인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면서 양국 미디어의 불공정 경쟁을 해소하고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갈 방안을 정부와 언론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