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항생제와의 전쟁

    입력 : 2016.05.14 03:00

    수의사들끼리 횟집에 회식 가면 광어나 우럭처럼 대중적인 어종(魚種)을 일부러 찾는다. 항생제 때문이다. 적지 않은 횟집이 활어 수조에 항생제를 넣는다. 아프거나 다치지 않은 상태에서 활어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다. 이미 양식장에서 항생제 맛에 길을 들인 물고기들이다. 그러니 빨리 팔려나가느라 수조에 머문 시간이 짧아 그나마 항생제를 덜 먹은 생선을 골라 먹는다는 얘기다.

    ▶소·돼지·닭 축산이나 어류 양식에 항생제가 대거 쓰인다. 잡균을 줄여 폐사를 막고 몸무게를 늘리고 성장을 돕는다. 그래서 항생제 생산량의 70%가량이 동물에게 사용된다. 국내에서 축산용으로만 한 해 1000톤씩 항생제가 뿌려진다. 도축할 때 항생제 잔류 허용 기준치를 넘는지 검사한다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못 미덥다. 무허가 개 사육장에서는 항생제를 마구잡이로 쓴다. 그 많은 항생제가 먹이사슬에서 결국 누구 입에 들어가겠는가.

    [만물상] 항생제와의 전쟁
    ▶항생제 인식 조사를 하면 셋 중 하나가 '감기 치료제=항생제'라고 말한다. 감기 원인은 바이러스다. 항생제는 박테리아(세균)를 죽이는 약이어서 감기와 항생제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그렇다. 이런 잘못된 믿음 때문에 진료실에서 환자가 먼저 항생제를 요구하기도 하고 의사들은 관행적으로 처방하곤 한다. 그 결과 한국인 1000명당 30명이 매일 항생제를 먹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 OECD 평균보다 50% 높다. 덩달아 항성제를 견디는 내성균(耐性菌)은 계속 증가한다.

    ▶애완견 400만마리 시대다. 그렇다 보니 도심에 동물용 의약품을 파는 약국이 늘었다. 대부분 항생제가 수의사 처방전 없이 팔린다. 반려견 주인들은 '아이'가 조금만 아프면 항생제를 먹인다. 세균은 항생제를 많이 접할수록 살아남기 위해 내성을 기어코 만든다. 우리 땅과 몸이 점점 항생제와 내성균 천지가 돼 간다. 항생제에 듣지 않는 '수퍼 박테리아'가 창궐하면 1.4㎏ 뇌를 지닌 인간이 '무뇌아' 마이크로미터 세균과의 전쟁에서 패할 처지다.

    ▶정부가 어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사람·동물·환경이 모두 연결된 '원(One) 헬스'라는 개념 아래 항생제 관리를 종합적으로 하겠다고 한다. 유엔은 오는 9월 국가 수반들이 참석하는 항생제 내성 고위급 회의를 연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아기 얼굴에 '저, 항생제 필요 없어요'라고 쓴 포스터를 전국에 돌린다. 항생제 남용 방지책의 핵심은 인식을 바꾸는 교육과 엄정한 사용 감시다. 불필요한 항생제에 "노!"라고 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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