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MT때 가혹행위·성희롱하면 행사 주관한 학생·교수도 처벌

입력 2016.05.12 19:09 | 수정 2016.05.12 19:33

일부 대학 신입생 환영회 행사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오물 섞인 막걸리를 뿌리거나 성추행을 하는 등 일탈(逸脫)이 심해지자 교육 당국이 제재에 나섰다. 교육부는 12일 ‘대학 내 건전한 집단 활동 운영 대책’을 내고 “앞으로 대학 행사에서 가혹행위·성희롱 같은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가해 학생은 물론 담당교수까지 책임지도록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수 대학생의 일탈에 정부가 나서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대학생들 행동에 교수가 연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규제 만능주의’ ‘탁상행정’이란 것이다.

교육부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대학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 학과 축제, MT 등 각종 행사에는 행사를 주관하는 학생과 함께 교수가 반드시 책임자로 지정된다. 만약 행사에서 인권침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에게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학본부는 학교 행사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를 징계하고 행사 중지와 폐쇄, 재정 지원 중단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대학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학칙을 개정해 올 하반기부터는 시행하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올해 초 부산의 한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오물 막걸리 세례’ 사건이 터져 물의를 빚었으며, 몇 해 전 수도권 한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게임을 시켜 논란이 됐다. 교육부는 “대학들은 그동안 인권침해 사고 등에 대해 ‘학생회 행사고 대학이 직접 주관한 행사가 아니다’는 이유로 관리·처벌에 소극적이었다”면서 “앞으로는 학칙으로 관련 내용을 규정해 대학 내 인권침해에 엄격히 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번 대응책에 대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학 학생회의 자율적인 MT나 축제 활동까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며,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성인으로서 자율과 책임을 배우는 대학에 정부가 ‘행동 준칙’을 내려준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한 일”이라며 “대학이 알아서 선도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에 교육부가 지나친 개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교 4학년 정준호(26)씨는 “앞으로 MT 갈 때마다 교수가 따라가서 학생들 뭐하고 노는지 감시해서 정부에 보고한다는 얘기냐”며 “전혀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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