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대 총선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 부산 지역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이 부산과 서울에서 ‘두 집 살림’을 하며, 때 아닌 ‘홀아비’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이들은 가족은 부산 등에 그대로 두고 홀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 원룸을 구해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원룸을 구한 사람은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영춘(54·부산진갑) 당선자입니다. 김 당선자는 최근 서울 마포에 원룸을 구했습니다.

김 당선자는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회 근처에 원룸을 구하려고 했지만 집값이 비싸서 마포에 원룸을 구했다”고 했습니다. 고3인 아들과 아내는 부산에 그대로 두고 서울서 ‘홀아비’ 생활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집은 지역구에 있어야 한다”며 “국회를 오가야 하기 때문에 서울엔 최소한의 주거만 있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김해영(39·부산 연제) 당선자는 10일 서울 양천구 신목동에 있는 원룸을 계약했습니다. 7살 난 딸과 5살 난 아들 등 가족들은 부산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대학교까지 마친 김 당선자는 “지역민들께 당선되더라도 지역구를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드렸다”면서 “아이들도 부산에서 다 교육을 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중엔 서울서 머물며 국회에서 의정 활동을 하고, 주말엔 지역에 내려가 지역민들의 말씀을 듣겠다고 했습니다.

“어린 자녀들과 아내 생각에 외롭지 않겠느냐”고 묻자, 김 당선자는 “외롭더라도, 법안도 워낙 많고 업무량이 적지 않을 것 같다”며 “일에 파묻혀 지내면 좀 낫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전재수(45·부산 북·강서갑) 당선자도 국회 근처에서 원룸을 구하고 있습니다. 전 당선자는 “여의도는 너무 비싸서 합정동이나 신수동을 알아보고 있다”며 “살림을 살 필요도 없어서 잠만 자고 나오는 데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 두 딸과 아내는 모두 부산에 있습니다. 그는 “교육 정책을 하나 내더라도 지역 근거를 갖고 내는 것과 책상머리에서 내는 것은 체감지수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 일정이 많은 요즘 전 당선자는 주로 국회 인근의 모텔에서 잔다고 합니다. 그는 “집을 구할 때까지는 당분간 의원회관에서도 자고, 모텔에서도 잘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최인호(50·부산 사하갑) 당선자도 원룸을 구한다고 합니다. 최 당선자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부산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박재호(57·부산 남을) 당선자는 당분간은 경기도 분당에 사는 자녀들의 전셋집에서 함께 생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교통체증으로 국회를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려 국회 인근에 원룸을 구할까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그는 “일단은 주중엔 아이들과 함께 분당에서 출퇴근해 볼 생각”이라면서도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아까워 원룸을 구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들이 가족과 떨어져 ‘홀아비’ 생활을 하는 것은 선거 때 당선되더라도 부산을 떠나지 않겠다고 한 약속 때문입니다. 선거 전 더민주 부산시당은 “새누리당 후보들 상당수가 서울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부동산도 수도권에만 보유하고 있어 무늬만 부산 사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더민주 후보들은 당선되더라도 부산을 떠나지 않고 부산을 지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지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생각이지만, 가족과 떨어져 ‘홀아비’ 생활을 하는 것이 쉬울 리 없습니다. 당장 식사나 빨래부터 문제입니다. 이들은 일단 식사는 주로 바깥에서 사먹고, 빨래는 모아뒀다가 주말에 부산 집에 가져갈 생각이라고 합니다.

19대 국회 때 서울에서 ‘홀아비’ 생활을 한 한 의원은 “집사람이 곰국 끓여놓고 내려 가면 주중에는 그걸 주로 먹는다. 대체로 조찬모임부터 약속이 있지만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가 배가 고프거나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속이 쓰릴 땐 참 울적해진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의정활동과 지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청해서 외로운 생활을 선택한 이들이 20대 국회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펼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