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누구?]

새누리당이 11일 차기 전당대회 때까지 정진석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와는 별도로 당 쇄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또 전당대회를 원래 예정된 7월에서 늦춰 정기국회 시작 전(8월)까지 열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와 4선(選) 이상 중진 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민경욱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8월 전당대회 때까지 '관리형 비대위+별도 혁신위' 투트랙으로 운영된다. 이런 방안은 그동안 당 주류인 친박(親朴)계가 주장해오던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이를 포함해 최근 인선에서 범친박계가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는 등으로 인해 당내에선 "친박(親朴)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친박 뜻대로 된 비대위 구성

정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게 될 비대위는 당의 일상적 업무를 처리하고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임시 지도부 역할을 맡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구성될 당 혁신위는 외부에서 위원장을 영입해 전당대회 때까지 당 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한다. 총선 패배 직후 당내 비박(非朴)계에서 요구해온 혁신형 비대위 구성은 무산되고, 대신 친박계가 주장해온 '투트랙론(論)'이 관철된 것이다. 혁신형 비대위는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자격 등 전권(全權)을 갖고 당 혁신 작업을 주도하자는 안이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부정적이었다. 인물난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친박의 총선 패배 책임론이 전면화될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이날 결정을 놓고 당내에선 "총선 패배 이후에도 당(黨)이 친박 주류 뜻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총선 이후 뒤로 물러서 있는 친박 핵심부나 청와대의 의중이 정 원내대표를 통해 관철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결정된 '8월 전당대회 개최'도 그동안 친박계의 노림수가 있다며 비박계가 강하게 반대해온 것이다. 친박계가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늦춰 책임론을 희석시킨 뒤 당권 장악에 나설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논란은 지난 3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 때부터 제기됐다. 당시 서청원 의원 등 친박 핵심부에서 정 원내대표를 지원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비박계의 나경원 후보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보이지 않는 손에 경선 결과가 좌지우지되면 안 된다"고 한 것도 친박계의 '정진석 지원설'을 겨냥한 것이었다. 특히 나 의원이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영입하려 공을 들인 친박계의 김광림 의원이 결국 정 원내대표와 짝을 이루면서 이런 주장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정 원내대표가 임명한 원내부대표단도 친박 일색이란 평을 들었다. 원내부대표단 13명 중 11명이 친박계로 분류된 것이다. 이 때문에 비박계에선 "정 원내대표가 주도할 비대위와 혁신위 구성에서도 친박계의 의중이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관망하는 비박계

새누리당의 주요 의사 결정이 친박 주류의 뜻대로 흘러가는 모양새지만, 비박계는 "좀 더 지켜보자"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날 원내 지도부·중진 연석회의에는 4선 이상 당선자 18명 중 10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정병국, 이군현, 조경태, 신상진 등 4명은 비박이나 중도파로 분류된다. 회의에 참석한 한선교 의원도 범박계로 분류되지만 친박 핵심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데도 이들은 이날 결정 사항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의 이런 반응은 친박계에 맞설 비박계의 구심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간 비박계 핵심이었던 김무성 전 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 당장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 지난 총선에서 비박계 의원 다수가 낙선하면서 당내 세력 구도에서 친박에 밀린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까지 정 원내대표가 주도한 의사 결정 가운데 마땅히 시빗거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비박계의 반발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비박계가 요구해온 혁신안의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비판하고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주요 의사 결정 때 당선자 총회나 설문 조사 등 당선자 다수의 뜻을 직접 묻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 만큼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의 의중이 의사 결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