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수행 1번지'… 정진 정진 또 정진

입력 2016.05.12 03:00

안국선원
등값·기도 없는 대신 정진 없이는 신도 될 수 없어…"참선 후 사업·학업 잘 돼"

저 멀리 불상이 놓여 있고 그 앞의 마룻바닥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앞사람과 맞닿을 정도로 촘촘하게 앉은 이들은 모두 가부좌를 하고 있다. 모두 회색 수행복 차림이다. 바늘 하나가 떨어져도 들릴 만큼 숨소리 하나 없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안국선원(선원장 수불 스님)에선 언제나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산사(山寺)가 아닌 도심에서, 그것도 출가자(스님)가 아닌 재가자(신도)들이 매일 이렇게 참선 수행 정진을 한다는 것은 과거엔 상상하기 힘들었다. 한국 불교 수행의 근본은 간화선(看話禪). 화두(話頭)를 들고 참선하는 수행법이다. 그러나 그동안 간화선은 산중(山中)의 출가자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으로 알았다. 그것도 근기(根氣)가 뛰어난 수행자라야 가능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수불 스님은 산중의 간화선을 도심의 재가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언제나 참선 정진하는 신도들이 끊이지 않는 서울
언제나 참선 정진하는 신도들이 끊이지 않는 서울 가회동 안국선원 전경. / 안국선원 제공
◇부산서 시작, 서울엔 1996년 개원

안국선원은 부산에서 시작됐다. 부산 범어사로 출가해 수행하던 수불 스님이 1989년 10월 범어사 인근에 '금정포교당'을 연 것이 시작이었다. 선승(禪僧)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간화선 수행을 일반인이 배울 수 있다는 매력은 금세 소문났다.

서울에 문을 연 것은 1996년. 서초동에서 시작해 종로구 내수동을 거쳐 2001년 현 가회동에 연면적 600평의 서울안국선원이 문을 열었다. 부산안국선원은 2005년 현 남산동에 연면적 1960여평 규모로 완공됐다.

◇49재는 한 번만…등값·기도는 없다

안국선원은 일반 사찰과는 많은 점이 다르다. 우선 천도재(薦度齋). 보통 가족·친지가 별세한 후 올리는 49재는 초재부터 막재까지 일곱 번을 올린다. 그러나 안국선원에선 한 번만 올린다. 그것도 서울 선원의 경우 초사흘 법회나 지장재일에 그 사이에 상(喪)을 당한 여러 가족이 함께 지낸다. 부처님오신날 '등값'도 없다. 연등을 달기는 하지만 정해진 등값이 없이 자율적으로 시주한다. 또 '100일 기도' '1000일 기도' 등 복을 비는 기도가 없다.


신도가 석 달 동안 일정한 시간을 정해 참선정진한다.
가득한 수행 열기… 안국선원은 동안거·하안거 때면 서울과 부산 선원에서 각각 1000명 정도의 신도가 석 달 동안 일정한 시간을 정해 참선정진한다.
지난해 통일나눔 펀드에 참여한 안국선원 신도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 함께… 안국선원 신도들은 평소에는 수행에 열중하지만,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에는 똘똘 뭉쳐 지원에 앞장선다. 사진은 지난해 통일나눔 펀드에 참여한 안국선원 신도들.

◇정진, 정진 또 정진

천도재와 기도가 없는 대신, 안국선원 신도들은 정진(精進), 정진 또 정진한다. 안국선원은 정진 없이는 신도가 될 수 없다. 1주일간 이어지는 간화선 집중 수행으로 선(禪) 체험을 한 이후라야 비로소 신도로 등록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신도가 되면 본격적인 정진이 시작된다. 보름에 한 번씩 열리는 법회는 물론 여름엔 하안거(夏安居), 겨울철엔 동안거(冬安居)가 있다. 신도들은 각자 하루 2시간씩 시간을 정한다. 각자 생활에 맞춰 오전, 오후, 저녁 중 택할 수 있다. 대신 안거 석 달 동안 스스로 약속한 시간에 매일 정진한다.

남녀 신도들이 줄 맞춰 좌복(방석) 위에 앉아 참선삼매에 빠진 풍경은 장엄하다. 신도들은 "정진을 하면서 스스로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참선 수행을 통해 정신이 맑아지고 판단력이 정확해지면서 사업, 학업이 모두 잘 된다"고도 한다. 안거 때면 서울과 부산에 각각 1000명씩 참가하며 '간화선 집중 수행'에 참가한 인원도 현재까지 2만5000명에 이른다.

◇잘하는 곳을 돕는다

안국선원은 대학이나 연구소 등 부설 기관이 없다. 종합사회복지관 같은 복지 시설도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기왕에 잘하고 있는 곳을 돕는다. 한 번 기부할 때마다 액수에 사람들은 놀란다. 지난 10년간 안국선원이 기부한 내역만 봐도 동국대 42억원, 범어사 20억원, 봉암사 10억원, 군포교 20억원, 해인사 7억원, 하버드대 50만달러, 뉴욕 불광사 50만달러 등이다. 외부에서는 안국선원이 엄청난 시주를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정도다. 안국선원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 그때그때 필요한 명분이 생기면 선원장 스님이 제안을 하고 신도들이 정성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통일 나눔 펀드에 2775명이 동참한 것도 그런 결과다. 당시 수불 스님이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통일을 위해 우리 모두 마음을 모으자"고 호소하자 서울과 부산안국선원 신도들이 대거 동참했다. 수불 스님은 "앞으로도 불교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 함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참선정진의 목표는 혼자 깨닫는 것이 아니라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