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 1번지 넘어 '도움 주는 절' 되겠습니다"

입력 2016.05.12 03:00

조계사… 서울 내 등록된 신도 10만 가구
불자들 안락한 신행 활동 돕고자 사찰 내 경로당·수유실 마련

조계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 '한국 불교의 얼굴'이다. 일반 사회로 치면 행정부인 총무원과 국회 격인 중앙종회가 자리하고 있는 심장이다. 매년 종정과 총무원장 등 조계종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이 열리는 곳도 조계사다. '1번지'답게 등록 신도 역시 서울 전역에 걸쳐 10만 가구에 이른다.

한국 불교의 얼굴

조계사의 역사는 의외로 짧다. 조계사는 1910년 '각황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 조선조 500년간 불교를 억압하는 억불(抑佛)정책 때문에 4대문 안에서 불교 사찰은 자취를 감췄다. 승려의 4대문 출입이 허용된 것은 갑오개혁(1894) 이듬해인 1895년. 그 이후로도 15년이 흐른 뒤에야 한용운 이희광 박한영 스님 등이 모금운동에 앞장선 덕분에 4대문 안에 진입한 첫 사찰이 각황사였다. 이후 '태고사'로 개칭됐다가 1954년 불교정화운동 이후 현재의 '조계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계'는 중국 선종 6조(祖)인 혜능 대사가 머물렀던 중국 남부 광둥성의 지역명에서 따왔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는 ‘한국 불교 1번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조계종
서울 종로구 조계사는 ‘한국 불교 1번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조계종 총본산으로서의 위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진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오색 연등이 가득한 조계사 풍경 / 조계사 제공
저출산·고령화 이렇게 극복

조계사는 지난 4월부터 '청춘학당'을 열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안심당 3층에서 열리는 이 학당은 만 65세 이상 불자(佛子)를 대상으로 한다. 불자들도 고령화돼 가는 상황에 맞게 레크리에이션 요가와 '룰루랄라 무용' 등을 배운다.

'청춘학당'이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최근 문을 연 '수유실'은 젖먹이를 둔 젊은 부모들을 위한 공간이다. 2평 남짓한 목조건물엔 소파와 세면대, 기저귀, 물티슈 등을 갖춰놓았다.

조계사가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주지 지현 스님의 철학 덕분이다. 지현 스님은 과거 조계사 부주지 시절부터 '경로당' '수유실' '어린이집'을 숙원 사업으로 여겼다. 오랜 세월 조계사를 찾아온 고령의 불자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절, 아기 엄마도 마음 놓고 신행 활동을 할 수 있는 절 그리고 조계사 주변 도심 직장인들의 자녀를 맡아 맘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절을 지향한 것이다. 이제 경로당과 수유실이 마련됐으니 남은 건 '어린이집'뿐이다. 주지 지현 스님은 "밤 10시까지 1~4세 아이를 봐주는 어린이집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조계사는 이 밖에도 성인들을 위해서는 '선재학당'과 '인문학당', 유아~청소년을 위해서는 '조계사 불교학교'를 통해 '공부하는 절'로 거듭 나고 있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이 동자승과 함께 지난 7일 열린 초하루법회에
초하루 법회에 참석한 어르신께 카네이션을…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이 동자승과 함께 지난 7일 열린 초하루법회에 참석한 어르신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있다. 지현 스님은 매달 초하루 법회 때마다 일주문 앞에서 신도들을 맞고 있다.
조계사의 당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템플라이프’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외국인 템플라이프… "우리가 직접 만든 연등, 예쁘죠?" 조계사의 당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템플라이프’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직접 만든 연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계사에도 템플스테이가?

흔히 템플스테이는 산사(山寺)에서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의외로 도심 한복판, 조계사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있다. 1박 2일짜리도 있고, 하루짜리 당일 프로그램(템플라이프)도 있다. 1박 2일 프로그램은 일반 사찰과 비슷하다. 사찰 예절을 배우고, 저녁 공양을 한 후, 지화(紙花) 만들기 등을 한 후 취침했다가 새벽 4시쯤 기상해 범종과 법고(法鼓·북) 치는 모습을 보고 새벽 예불에 참가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새벽에 일어나 예불에 참석하는 것은 산사의 템플스테이와는 색다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108배 하고, 마당 청소를 한 후 스님과 차를 마시며 상담도 할 수 있다. 하루짜리는 참선 수행과 자비명상기도 등 프로그램을 압축적으로 한다. 조계사 템플스테이엔 작년에만 내·외국인 합해 모두 3357명이 참가했다. 작년엔 '우수 템플스테이 사찰'로도 선정됐다.

총본산 성역화 사업

조계사는 현재 대웅전을 중심으로 극락전과 종각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100여년 전 4대문 안에 도량을 급히 마련한 바람에 조계종의 총본산 사찰이라기엔 초라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사찰의 대문 격인 '일주문(一柱門)'도 지난 2005년에야 건립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10여년 전부터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사업'이 추진돼 왔다. 현재 불교용품점과 각종 상점과 음식점 등이 들어서 있는 조계사 주변을 정비해 총본산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자는 것이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는 성역화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성역화 사업 추진위가 출범했고, 12월엔 조계사 삼존불 불상 안에 금강경 3000권을 넣는 예식을 가졌으며 지난 3월엔 일주문 옆에 있던 조계사 신도회관을 철거하면서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총본산 성역화 사업은 2025년까지 약 3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조계종 자체적으로 300억~400억원을 모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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