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슈트와 함께 입으면… 오빠는 '우아한 터프가이'

  • 이헌 패션칼럼니스트·'신사용품' 저자

    입력 : 2016.05.11 03:00

    [44] 청 남방

    청 남방
    /일 구스또 델 씨뇨레 제공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한국에서 '청바지=젊음'인 것만은 확실하다. 젊음의 상징인 청바지 한 벌쯤 나이와 상관없이 옷장에 갖고 있지 않은 남자는 없다. 하지만 청바지보다 당신을 더 젊어 보이게 하고 활용도도 높은 아이템이 있다. 키가 작든 크든, 뚱뚱하든 날씬하든, 피부색이 밝든 어둡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고, 캐주얼부터 정장까지 모든 옷차림에서 매력을 뿜어내는 약방의 감초 같은 옷이다.

    답은 바로 '청 남방'. '남방(南方)셔츠'의 줄임말인 남방은 따뜻한 남쪽 나라 사람들이 재킷을 입지 않고 셔츠만 걸치는 데서 유래된 단어란다. '청'은 크게 샴브레이(chambray)와 데님(denim) 소재로 구분된다. 샴브레이 셔츠는 미국 해군 수병들에게 지급되던 튼튼하고 관리하기 쉬운 작업복에서 유래했다. 대한민국 해군 수병 전투복도 샴브레이와 '당가리'라 불리는 푸른색 바지를 고수하고 있다.

    데님은 북미 대륙 서부로 금을 찾아 헤매던 사나이들의 인생 역정만큼 모질고 질긴 청바지에 처음 사용됐다. 벌목꾼이나 소몰이꾼들이 애용하는 작업복 소재로 사랑받았다. 남자의 근육 위로 솟아오른 푸른 핏줄과 함께 기억돼 왔다.

    청 셔츠는 드레스 셔츠를 대신해 슈트와 함께 입으면서 터프한 남성성을 우아함으로 살짝 가리는 정교한 스타일링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정제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의 가슴 속에 불타는 남성성이 감춰져 있음을 알 듯 모를 듯 드러내는 요소로 멋쟁이들은 활용한다. 더운 계절엔 재킷을 벗고 청 소매를 접어 올려 팔뚝 근육을 드러내니 얼마나 멋진가.

    셔츠를 슈트와 매칭할 땐 화려한 장식이나 똑딱이 단추가 달린 제품은 삼간다. 일반 드레스 셔츠 모양으로 만들어진 청 셔츠로 '예의를 지키려 애쓰지만 마음만은 터프가이'라는 걸 드러내는 게 좋다. 어떤 양복과도 잘 어울린다. 아직 뜨거운 남성성이 내 안에 도사리고 있다면 청 셔츠를 입자. 먹이를 앞에 두고 발톱을 감춘 맹수 같은 열정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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