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일간 일 코리에르 델로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마윈(52·사진) 회장이 명문 축구단 AC밀란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구단주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에게 'AC밀란 지분 70%를 4억 유로에 인수하고, 1년 안에 나머지 지분을 모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앞서 알리바바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빅클럽 인수를 노리고 있다. 목표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윈은 중국 프로축구팀 광저우 에버그란데 타오바오(헝다) 구단 지분 37.8%를 가지고 있다.
마윈의 '축구 사랑'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崛起·우뚝 섬)' 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중국을 '월드컵 우승국' 반열에 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3월부터 '중국 축구 개혁 방안 50개조'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전후로 중국 부호들이 유럽 명문 축구팀 사냥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마윈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앞서 왕젠린(61) 완다그룹 회장은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구단 지분 20%를 사들였고, 월드컵 축구 중계권 독점 판매업체인 인프런트 주식 68.2%를 인수했다.
마윈은 1년 전 '시 주석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마윈이 시 주석이 견제하는 장쩌민 전 주석과 그의 호위 무사 격인 상하이방 세력의 오랜 '돈줄'이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중국 공상총국은 지난해 1월 말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가 가짜 담배·술·명품 핸드백과 무기 등 각종 불법 거래를 방조하고, 검색어 순위와 사이트 광고와 관련해 뇌물을 챙기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틀 만에 알리바바의 시가총액 300억달러(약 33조원)가 증발했다.
마윈은 이후 시 주석이 내놓는 정책에 지원 사격을 하며, '민불여관투(民不與官鬪·민간은 관료와 다투지 못한다는 중국 속담)' 태세를 갖추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알리바바가 실적 부진에 빠진 중국 국영기업 구조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알리바바는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의 산업용품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을 지원하고, 국영 광산기업 우쾅그룹에 약 3억위안(약 530억원)을 투자해 온라인 철강 거래 사이트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마윈은 "뇌물 수수와 로비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과제"라며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 지지 발언을 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 논조였던 홍콩 유력 영자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20억6060만홍콩달러(약 3157억원)에 인수했다. 뉴욕타임스는 "마윈의 SCMP 인수는 편집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알리바바의 시장 지위가 중국 정부의 호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입력 2016.04.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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