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대신 꽃삽… 농촌 유학 가는 아이들

    입력 : 2016.04.27 03:00

    대안학교와 달리 '공교육 과정' 농림부도 유학센터 21곳 지원
    "학교폭력·입시경쟁 없는 환경서 학생들 치유 받고 자신감 얻어"
    시골도 폐교 위기 극복해 '활기'

    "여기에 감자를 심으면 잘 자랄 거예요. 지렁이가 있잖아요!"

    지난 22일 오후 전라북도 완주군 신월리 동상초등학교. 학교 뒤뜰에서 텃밭을 가꾸던 6학년 유주희(12)양이 지렁이를 발견하자 맨손으로 잡아 올렸다. 주희는 "얘네가 있으면 농작물을 심기 좋은 땅"이라며 손바닥에 얹혀놓고 꿈틀대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어 텃밭을 손보고 토끼 사육장에 들어갔다. 누런 집토끼의 귀를 덥석 붙잡고 들어 올려 먹이를 줬다. 선생님은 "처음 시골에 왔을 때 벌레 한 마리만 봐도 기겁하던 아이가 이젠 맨손으로 뱀도 잡는다"고 귀띔했다.

    ◇"복잡한 도시 싫어" 시골로 온 아이들

    주희는 전주에서 이곳 학교로 온 유학생이다. 4학년 2학기부터 동상초에서 '농촌 유학'을 시작해 벌써 4학기째다. 맞벌이하는 주희 부모님은 아이 돌볼 시간이 부족하고, 학원에 보내려니 사교육비 부담이 커 2년 전 주희를 이곳에 보냈다. 아버지 유희광(47)씨는 "부모가 해줄 수 없는 자연 체험과 인성 교육까지 해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전북 완주군 신월리 동상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학교 뒤뜰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이 학교 전교생 27명 중 8명이 도시에서 온 유학생들이다.
    지난 22일 전북 완주군 신월리 동상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학교 뒤뜰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이 학교 전교생 27명 중 8명이 도시에서 온 유학생들이다. /박승혁 기자

    전교생이 27명뿐인 이 작은 산골 학교에 주희 같은 유학생이 8명이다. 전주·수원·부산 등 도시에서 온 아이들이다. 이곳에 온 이유는 제각각이다. 사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 자립심을 키우려, 산만한 성격을 고치려고 도시를 떠나 시골에 왔다. 장명순 동상초 교장은 "휴대폰과 학원 그리고 학교 폭력이 없는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어 부모와 학생 모두 만족해한다"고 했다. 실제 이곳 아이들은 서울에서 본 아이들과 많이 달랐다. 손에는 스마트폰 대신 꽃삽이 들려 있고 방과 후엔 학원이 아닌 숲에서 공부했다. 작년부터 유학 중인 3학년 이지원양은 "학급 전체가 7명뿐이라 매일 선생님과 1대1로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은 모두 동상초와 연계된 '열린 마을 농촌유학센터'에서 월 70만원씩 내고 생활한다. 아이들이 '시골 엄마'라 부르는 임진희 센터장은 "도시에서 교우 관계나 학습에 문제가 있었던 학생들은 경쟁이 덜한 시골에서 치유를 받고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도시로 돌아가 적응 못 하는 학생도

    농촌 유학은 도시 학생들이 가족을 떠나 농촌 학교에 입학해서 한 학기 이상 배우는 제도다. 농림부가 농촌 유학을 지원하기 시작한 2010년 유학센터 3곳에 57명이던 유학생은 현재 21곳 유학센터에 238명으로 늘었다. 농림부 지원을 받지 않는 센터까지 합치면 전국 40개 유학센터에 500명이 넘는 유학생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골 유학에서는 대안 학교나 특수학교와 달리 정상적인 공교육 과정을 배운다. 학원이 없어 학교에서 오후 5시까지 방과 후 수업을 하고, 하교 후엔 농촌유학센터에 돌아와 저녁 먹고 독서, 글짓기 등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도시 유학생이 늘면서 농촌 학교는 폐교(廢校) 위기를 넘기고 지역이 활기를 되찾기도 한다. 신월리 토박이 차진영(6학년)양은 "다양한 지역에서 온 친구들이 많아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장기간 시골 유학을 한 후 도시 학교로 돌아가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임 센터장은 "시골 유학을 왔다가 중학교 입학하면서 도시로 돌아가는 학생이 많다"면서 "도시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이곳에서의 풍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급 학교에 가서도 전반적으로 학교생활을 잘해나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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