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펌, 미국·중국·러시아·동남아·중동 10개국 13개 도시에 해외 사무소 개설

조선일보
입력 2016.04.27 03:00

해외 시장 개척 가속화

국내 로펌이 신천지 개척에 나서고 있다. 목적지는 해외 법률시장이다. 그동안 우리 로펌들의 해외 진출 지역은 중국·동남아시아에 국한됐다. 그마저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 차례 쓴맛을 봐야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부쩍 달라졌다. '토종(土種) 로펌' 소리를 듣던 국내 로펌들이 전 세계 로펌들의 각축장인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동까지 진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10대 로펌에 해외 사무소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개국 13개 도시에 해외 사무소를 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71명의 한국인 변호사가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뛰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해 3월 우리 로펌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현지 사무소를 열었다. 율촌은 롯데호텔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호텔 부지 인수 프로젝트를 맡았고, 롯데그룹의 모스크바 대형 쇼핑몰 인수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또 한국 기업과 러시아 회사들의 합작 프로젝트에도 법률 조언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2008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가들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김한칠 러시아 변호사를 중심으로 2008년에 영입한 산자르 알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변호사, 2011년에 영입한 딜쇼드 아브두라이모프 우즈베키스탄 변호사 등이 활동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해 6월 미국 LA 지역의 자산관리컨설팅 회사인 PAG(Professional Advisors Group)가 개최하는 연례 콘퍼런스에 초청받았다. 국내 로펌으로서는 처음이었다. 바른은 콘퍼런스에서 '미국 시민권자의 한국 내 재산 상속 및 이혼. 한국에 투자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분쟁과 처리 방법'을 주제로 별도의 세미나도 가졌다. 가사 전문인 김상훈 변호사와 금융 전문인 김도형 변호사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를 계기로 바른은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김도형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나 부동산 투자에 관한 미국 시민권자들의 문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국제상속·이혼에 관한 업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국제 제재가 풀리면서 중동 지역도 우리 로펌들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중동의 두바이와 이란에도 사무소 개설을 검토 중이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지평도 두바이와 이란 테헤란에 사무소를 열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삼성·현대 등 대기업이 중동에서 건설 물량을 수주하는 일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수년 내에 다른 중동 국가들에 지사를 개설하는 로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 국내 로펌들이 진출했다가 철수한 중국·동남아 법률시장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로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로펌들도 중국·동남아 시장에 재도전하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해 중국 다롄(大連)시 첨단산업단지와 법률서비스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중국 사업에 나섰다. 1~2년 내에 중국 지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법률시장 진출도 고려 중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미얀마 양곤을 비롯해 중국 베이징, 베트남 호찌민·하노이에 사무소를 열었고,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노무 관련법, 외국인투자법 문제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홍콩에만 해외 지사를 둔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중국에 추가로 사무소를 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로펌의 성장이나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 개척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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