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대선, 反난민 극우 후보가 1위

조선일보
  • 오윤희 기자
    입력 2016.04.26 03:00

    자유당 후보 호퍼 36.4% 득표, 20.3% 親녹색당 후보와 결선行
    중도 연정 이어온 오스트리아… 경제난·난민流入 겹치자 우경화

    오스트리아 대선 투표 결과 표
    지난 24일(현지 시각)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자유당' 후보 노르베르트 호퍼가 36.4%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녹색당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알렉산더 반 데어 벨렌 전 녹색당 당수는 그 뒤를 이어 2위(20.3%)를 차지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끼리 2차 투표를 치러 최종 승자를 뽑는 오스트리아 선거 규정에 따라 두 후보는 다음 달 22일 결선 투표에서 승부를 가릴 예정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이번 대선 결과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지금까지 오스트리아에선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나 중도우파 '국민당' 소속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이번엔 집권 연정(聯政)을 구성하고 있는 두 당 후보가 각각 4·5위를 기록하는 바람에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오스트리아 여론조사 기관 OGM의 애널리스트 볼프강 바흐마이어는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들이) 집권 정당의 따귀를 찰싹 때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한 극우 정당 자유당은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 2013년 총선에서 자유당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 왜냐하면 그들은 오스트리아인이니까"라는 차별 섞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호퍼 후보는 "오스트리아를 위해 일어서라. 당신들의 조국은 지금 당신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라는 구호가 찍힌 선거 홍보 포스터를 배포했다.

    반(反)이민자 정서가 대중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오스트리아의 장기 경기 침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근로자 순수입은 2008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2014년엔 근로자 순수입이 유로화가 도입됐던 1999년 수준을 밑돌기까지 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으로 몰려오고 있는 난민 행렬은 경제난으로 허덕이는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위기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작년 한 해 오스트리아는 9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인구 비례로 따지면, 독일에 이어 유럽에서 둘째로 많은 숫자다. 호퍼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난민을 강력하게 통제하지 못한다면 정부를 해산시켜 버리겠다"고 주장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저임금 일자리를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는 노동자들은 호퍼 후보의 강경책에 환호했다.

    정치권에서 극우 세력의 약진은 오스트리아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지난 3월 독일 지방선거에서 강력한 반(反)난민 정서를 앞세운 신생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3개 주 의회에서 모두 의석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며 독일 연방 16개 주 가운데 8개 주의회에 입성했다. 작년 12월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선 극우 정당 '국민전선'이 약진했고, 지난해 5월 영국 총선에선 '독립당'이 양대 정당인 보수당, 노동당에 이어 득표율 3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 대표는 오스트리아 대선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아름다운 결과"라며, "오스트리아 국민들, 브라보"라는 글을 올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호퍼 후보의 높은 지지율로 인해 2018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의 입지가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선거를 앞둔 유럽 여러 국가들이 이를 근심스럽게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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