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고 친자확인용 유전자검사를 한 업체의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이대연)는 A씨 부부가 유전자검사 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업체는 A씨 부부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사실혼 관계인 아내와 사이에 딸을 낳고 부모 집에서 함께 살았다. A씨의 아버지는 태어난 아이가 아들의 친자식이 맞는지 의심해 몰래 유전자검사업체에 검사를 의뢰했다. 아버지는 A씨 손톱과 아이 머리카락 등을 제출하면서 업체 측이 요구한 서면동의서의 감정대상자 서명란에는 자신의 서명을 했다.
업체 측은 정확한 검사를 위해 부모 검체를 더 가져오라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실대로 얘기했고, A씨는 머리카락을 뽑아줬다. 업체 측은 검사 결과 친생자 관계가 아니라고 통보했다. A씨 아내는 울면서 친자식이 맞다고 호소했지만, A씨와 시아버지가 믿어주지 않자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갔다.
A씨는 아이를 직접 데리고 같은 업체를 찾아가 유전자검사를 다시 의뢰했고, 이번에는 친생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A씨 부부는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영리 목적으로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는 기관으로서 관련 법령이 검사 대상자의 동의서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도, 검사 대상자가 아닌 사람의 동의서를 받는 등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1차 검사 당시 생모 검체를 가져올 수 없는 사정을 잘 알면서 검사를 했다. 오류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배제한 채 친생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써 신혼인 A씨 부부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 아버지가 의뢰한 유전자검사에 A씨가 소극적으로 동조한 점 등을 고려해 업체가 A씨 아내와 A씨에게 줄 위자료를 각각 1700만원, 300만원으로 정했다.
입력 2016.04.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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