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총선이 끝나자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국정교과서 폐기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섰다.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공격으로 20대 국회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두 야당이 정치적 사안에 힘을 합치기로 하면서 선거 때 약속한 민생 경제 이슈는 뒤로 밀릴 조짐이다. 야권 관계자들은 "두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적 사과가 있기 전까지 책임 추궁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 시도
국민의당은 지난 15일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하자"며 선수를 쳤고, 더민주도 16일 논평에서 "우리 당은 곧바로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나서겠다"며 호응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독립성 및 활동 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17일 본지 통화에서 "새누리당 주장대로 하면 7월 말 세월호 인양 전후로 특조위 활동이 끝난다"며 "하지만 (7월로 예상되는) 인양 후에도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활동 기간을 6개월 이상 연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여당과 야당은 특조위 종료 시점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다. 여당은 '특조위 구성이 완료된 시기'를 법안이 통과된 작년 1월로 보면서 올 7월이 만료 시한이라고 해왔다. 반면 야당에선 예산이 배정되고 실제로 활동을 시작한 작년 8월을 시점으로 보면서 내년까지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더민주는 "세월호법 개정은 시급하지만 국민의당 주장대로 19대 국회에서 논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다.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는 20대 국회에서 개정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념 대결 자제해야" 목소리도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국정교과서와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이상돈 전 선대위원장은 "20대 국회에서 더민주와 연대해 역사 국정교과서, 테러방지법 폐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도 "이 두 가지 문제 역시 우리 당의 당론"이라고 했다.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추진했던 국정교과서는 법안을 통해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까지 동원해 막으려 했던 테러방지법은 완전 폐기보다는 독소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두 야당은 테러방지법에 명시된 '국정원 정보 수집권 강화' 등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 내에서도 이런 이념적 사안에 대해선 신중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법안이지 이념적 대결을 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두 야당이 총선 직후 세월호법이나 국정교과서 문제 등을 들고 나오자,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총선 당시 이 두 가지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주로 경제 및 민생을 내세웠다. 더민주가 세월호 유가족을 변호했던 박주민 변호사를 영입하고도 경기 안산이 아니라 서울 은평갑에 공천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러나 야권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총선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더민주는 16일 세월호 추모 행사와 관련, "당 차원의 공식적 참석은 없다"고 했다가 SNS를 중심으로 비판이 일자 김종인 대표가 뒤늦게 서울 광화문 분향소에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행사 참석은 하지 않고 논평으로 대신했다. 야권 관계자는 "총선이 야당 승리로 끝나자 '이때다' 하면서 정치적 제1 야당 자리를 놓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다. 야권 핵심 지지층에서는 아직도 세월호 참사 책임을 청와대에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더민주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회에선 박 대통령 집권 3년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도 하고 있다.
입력 2016.04.18. 03:00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