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원내 1당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넘겨주고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면서 20대 국회는 과반 의석 정당이 없는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됐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는 여야의 타협 없이는 법안이나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구조가 됐다. 특히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합의하지 않는 이상 쟁점 법안 처리는 엄두도 낼 수 없다.

"새누리-더민주 협치하고 국민의당 조정자 역할 해야"

이번 총선에선 새누리당(122석)과 더민주(123석), 국민의당(38석) 등 3개 정당이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구성의 국회에선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 과반 의석 정당이 없기 때문에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 등 법안 처리에 필요한 일반 정족수조차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해임 결의, 대통령의 비상조치 해제 요구, 계엄 해제 요구 등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요구하는 국회의 권한도 한 정당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 간 합의가 안 되면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가는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를 위해서도 재적 의원 과반수(151석) 출석이 필요해 여당으로선 최소한 국민의당의 협조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지역주의 타파 사나이들, 당선 사례 - 전남 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가 14일 유세 기간 쓰던 자전거를 타고 순천 시내를 돌며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대구 수성갑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자가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내 3당으로 자리매김한 국민의당이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처리나 국회 운영에서 사안별로 새누리당이나 더민주와 각각 공조함으로써 국회를 굴러가게 하거나 공전시킬 힘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18대 국회 때 18석을 차지한 자유선진당은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 문제로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통합민주당과 공조해 국회 등원을 거부하다, 며칠 뒤 단독으로 등원을 결정해 국회 운영을 정상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또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손잡는다 해도 여야 간의 이견이 큰 쟁점 법안은 밀어붙이기 어렵다.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를 얻도록 한 국회선진화법 조항 때문이다. 20대 국회 의석 분포상 새누리당이 국민의당(38석), 친여 무소속(7석)과 연대한다 가정해도 최대 167석, 더민주가 국민의당과 정의당(6석), 친야 무소속(4석)과 연대해도 최대 171석에 그쳐, 국회선진화법상 특정 정당이 반대할 경우에 적용되는 쟁점 법안 의결정족수 180석에 못 미친다.

[국회선진화법이란?]

결국 중요 법안 처리는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협력 여하에 달린 셈이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더민주가 한·중 FTA 비준안을 볼모로 자기들이 원하는 각종 법안 처리를 요구하자, 새누리당이 예산안을 법안 처리에 연계시키기도 했다. 더민주가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정부 예산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며 지역구 민원 예산에 목을 매는 의원들을 압박한 것이다. 야당도 법안 처리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셈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3당 구도가 됐다 해도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타협 없이는 19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양쪽 모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만큼 국민은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유연한 자세로 협치(協治)하라는 메시지를 정치권에 보낸 것"이라고 했다.

"국회 상임위 단계부터 여야 협력해야"

15대 총선 이후 20년 만에 '3당 체제'를 맞게 된 20대 국회가 순조롭게 굴러가려면 여야 정파를 떠나 상임위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국회는 교섭단체 간 협의를 통해 의석 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해 왔다. 이 역시 선진화법과 마찬가지로 특정 정당이 일방적으로 국회 운영을 밀어붙일 수 없게 하자는 취지로 관례화된 것이다. 더욱이 사실상 '상임위 위의 상임위' 역할을 하는 법사위에서 법안을 붙잡아둘 경우 현행 선진화법 아래서는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가 순조롭게 운영되느냐는 의석 구조의 문제라기보단 여야가 정파적 지침에서 벗어나 사안별로 협력할 자세가 돼 있느냐에 달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