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평(三視世評)] '엑소 손짜장'이 뭐길래… 응? 맛있네

    입력 : 2016.04.12 03:00 | 수정 : 2016.04.12 04:59

    - SM의 'SUM 마켓' 가보니
    라면·과자 등에 아이돌이름 입혀… 의외로 맛있어… 디자인도 세련
    상품에 스토리 없는 건 아쉬워

    [삼시세평(三視世評)] '엑소 손짜장'이 뭐길래… 응? 맛있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소녀시대 맥주' '엑소 손짜장' '동방신기 홍삼정'이라니. 스타를 활용한 상품이라면 책받침이나 엽서 같은 것만 떠오르는 세 기자는 '샤이니 와사비 맛김' 앞에서 고민했다. "이게 정말 맛있을까?"

    SM엔터테인먼트가 올해 기상천외한 시도를 했다. 아이돌 브랜드를 앞세운 식료품을 판매하는 '슈퍼'를 만들었다. 지난달 서울 청담동 본사 지하에 문 연 'SUM(SM과 YOU의 합성어) 마켓'. 여기서 판매하는 40여 종 상품들은 마케팅 수단과 판로가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과 협업해 내놓은 물건이다. 이마트와 협업한 상품 37종도 있다. 잘 팔릴까 싶었는데, 한 달 만에 70만개가 팔려 약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엑소 손짜장'은 엑소라는 이름을 붙이기 전보다 매출이 300% 이상 급증했다. 중국의 힘이다. SUM 마켓에도 하루 평균 300명이 꾸준히 찾는다. 여긴 70%가 일본인이다.

    세 기자가 SUM 마켓에 출동했다. 아줌마 기자(김윤덕)는 "라면 맛이 거기서 거기지"라며 '엑소 손짜장' 컵라면을 즉석에서 맛봤다가 고딩 아들 주려고 3개 더 샀다. 아직 신혼인 권승준 기자는 '슈퍼주니어 하바네로 짬뽕'을 사들고 가 매운맛 즐기는 아내에게 칭찬받았다. 주말 내내 에프엑스 팝콘과 동방신기 감자칩을 끼고 살았다는 싱글 변희원 기자는 "타는 목마름을 느꼈다"고 했다. 단맛과 짠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일명 '단짠' 위주의 제품이 많았던 탓. "소녀시대나 레드벨벳이 이런 걸 먹을까요?" 변 기자의 의문에 SM 관계자들은 "슈퍼주니어나 엑소 멤버들이 모자 푹 눌러쓰고 마켓에 들어와 혼자 먹고 간다"고 답했다. 변 기자는 "아이돌 이미지를 활용하고자 했다면 불량스러운 '단짠' 말고 미용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콘셉트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서울 청담동 SM 사옥 지하‘SUM 마켓’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외국인 관광객들.
    지난 7일 서울 청담동 SM 사옥 지하‘SUM 마켓’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외국인 관광객들. 하루 평균 300명이 꾸준히 이곳을 찾고 있다. /김지호 기자
    아줌마 기자는 라면, 맛김, 과자, 맥주 등 온갖 물건을 한 바구니 가득 샀는데도 4만원이 넘지 않는다는 것에 만족했다. 시중에 파는 동종 제품과 가격이 같거나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인기 품목이라는 맛김이 아쉬웠다. 한 봉지에 예닐곱 장밖에 안 들었는데 2500원이나 한다. 소녀시대 허그 맥주도 한 병에 9000원. '주당 아재'들은 화낼 게 틀림없다.

    SM의 'SUM 마켓' 가보니
    포장 디자인은 기대 이상이었다. 스타 브랜드이니 겉포장에 아이돌 얼굴이 선명히 등장할 법한데, 이 유혹을 과감히 물리쳤다. 아이돌에 무관심한 변 기자는 "이영애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박아서 팔던 한류 상품들보단 디자인이 훨씬 뛰어나다"고 평했다. 아이돌 얼굴 대신 그들의 춤과 의상, 앨범 재킷 이미지를 형상화해 세련돼 보였다. 마켓 내부도 SM 상징색이라는 핑크를 바탕으로 심플하게 꾸몄다. '아이돌에 빠진 젊은 애들이나 가는 곳'이란 편견을 깨뜨린 마케팅에 아줌마 기자, 감탄했다. "SM, 참 영리하네."

    근본적인 의문은 남았다. 팬이 아닌 일반인들도 이런 상품들을 구매할까? 팬심을 노린 상술이 아니라면, 맥주에 소녀시대를 연결시키고, 짜장면에 엑소를 갖다 붙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중소기업을 돕고, 해외 관광객들에게 한국 먹을거리를 알린다는 효과는 있지만, 엑소와 소녀시대 이름값만으로 이런 물건을 판다는 게 언제까지 가능할까. 김·변 두 기자는 "제품에 스타들 이미지만 입힐 게 아니라, 아기자기한 스토리를 넣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하다못해 보아가 디자인한 과자라든가, 맥주에 감귤향을 입힌 게 소녀시대 윤아의 아이디어였다든가 하는…."

    SM 김영민 대표는 "3년 전부터 구상한 게 이제 실현된 것"이라며 "중국에 SUM 마켓을 내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일단 첫 단추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고칠 게 많다는 건, 발전할 여지도 많다는 뜻. 한류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기업 정보]
    초대형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소속 아티스트들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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