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보] 개인 회생 제도란?]

[[키워드 정보] 사회 첫 출발부터 빚의 노예... 학자금 푸어 2만명 시대]

김모(29·여)씨는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잃고, 중학교 시절엔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났다. 2006년 지방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은 생활비를 대는 데도 빠듯했다. 등록금은 고스란히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 학자금 대출이 졸업 후 김씨의 발목을 잡았다. 한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월급을 다 받지 못한 채 그만둬야 했다. 이후 인턴 생활을 전전하다 다시 취업을 했지만, 이자까지 합쳐 5000만원으로 불어난 학자금 대출을 갚을 길이 없었다. 결국 김씨는 작년 6월 법원에 개인 회생을 신청했다.

김씨처럼 대학 시절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법원에 개인 회생·파산을 신청하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공단이 무료 법률지원을 통해 법원에서 개인회생·파산 결정을 받은 20대가 2013년 63명, 2014년 100명, 2015년 135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30대 역시 2013년 716건에서 2014년 781건, 지난해 802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이 개인 회생·파산 신청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학자금 대출과 관련이 있다. 학자금 대출은 졸업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나 취업이 된 후에 대출 원리금을 갚도록 돼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취업난 등으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취직을 했더라도 연봉이 낮은 계약직 등으로 채용되면서 빚을 제때 못 갚는 청년층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20~30대 파산·회생 신청자를 조사해보면 대부분 채권자 목록에 학자금 대출 기구인 한국장학재단이 들어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대형 병원과 대학 등에서 계약직으로 일해온 이모(28)씨도 학자금 대출 3500만원 때문에 올 연초 법원에 개인 회생을 신청했다. 그는 신청서에서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계약직으로 일하다 보니 안정적인 직장을 찾을 기회가 멀어졌다"며 "계약 연장에 실패하면 이자 독촉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썼다.

30대가 돼서도 학자금 대출 상환에 허덕이는 이들이 적잖다. 박모(37)씨는 부모님이 보증으로 재산을 모두 날린 탓에 학자금 대출로 대학을 다녀야 했다.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면서 서른 살이 넘어서야 공기업 계약직으로 취업했다. 월급 130만원으로 학자금 대출을 조금씩 갚아 나갔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학자금 대출(3900만원)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박씨 역시 개인 회생을 위해 법원 문을 두드려야 했다.

20~30대가 학자금 대출 때문에 법원을 찾더라도 쉽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소득 중에서 최저생계비를 뺀 나머지 금액을 3~5년 동안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받는 개인 회생 방식으로 처리된다.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져 빚을 모두 탕감받더라도 학자금 대출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파산법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원리금은 세금이나 벌금·추징금,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과 같이 면책을 받을 수 없는 채권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전병욱 서울 회생·파산센터장(변호사)은 "전세금 대출 등 다른 정책자금 대출은 면책을 받을 수 있는데 유독 학자금 대출만 면책이 불가능한 채권으로 정한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정말 사정이 어려운 경우는 면책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개인 회생과 파산

개인 회생은 일정한 수입이 있는 채무자가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조정해주는 제도다. 최대 5년간 매월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남은 채무는 탕감받는다. 반면 파산 선고를 받으면 사회적,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지만 파산 절차가 끝나면 모든 채무를 면제받고 경제적으로 재기할 기회가 부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