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위에 '명랑소녀 강소휘' 등장이오

조선일보
  • 김승재 기자
    입력 2016.04.09 03:00

    [女배구 국가대표 막내로 합류… 제2의 김연경 꿈꾼다]

    놀이공원 갈 수 있다고 해서 초등학교 때 덜컥 배구부 가입
    중국 동포 출신 엄마가 학교 급식소서 일하며 뒷바라지
    미니드레스 입고 신인상 받아 "치마 얼마나 불편하던지요"

    포스트 시즌 '봄 배구'를 끝으로 프로배구는 휴식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자 선수 14명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여름 배구' 출전권을 따내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다음 달 14~22일 일본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전을 앞두고 진천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에 돌입한 것이다.

    양효진, 김희진, 이재영 등 한국 최고의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에 새로 들어온 젊은 피가 있다. 2015-2016 시즌 신인왕에 오르며 국가대표로 깜짝 발탁된 막내 강소휘(19·GS칼텍스)다. 신인드래프트 여자부 전체 1위로 프로 무대에 데뷔, 정규리그 27경기 154득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올린 강소휘를 만났다.

    코트 위에 '명랑소녀 강소휘' 등장이오
    시상식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강소휘는 화장을 하지 않는다. 화장하면 얼굴이 간지러워 참지 못한다고 한다. 강소휘는“지난 2월에 고교 졸업 기념으로 예뻐 보이게 파마를 했다”며“아예 꾸밀 줄 모르는 건 아니다”고 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예쁜 옷차림으로 준비해달라는 요청에 그는“치마가 없다”며 검정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고 왔다. /박상훈 기자
    어릴 적 그가 배구를 시작한 건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수원 파장초 4학년 때 그의 키를 주목했던 배구부 감독이 "배구부에 들어오면 놀이공원에 자주 갈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조선족 출신으로 식당 일을 하며 딸 둘을 키운 어머니도 "취미 삼아 해봐라"하고 허락했다.

    그전까지 배구공을 만져본 적도 없었지만 1년 만에 레프트 공격수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 여자배구 일인자인 김연경의 중학교 배구 스승이었던 김동열 감독의 눈에 띄어 안산 원곡중으로 진학한 그는 천재 소녀로 주목받았다. 중학교 2학년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제2의 김연경이 되고 싶다"고 했다.

    강소휘는 열 살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셋이 원룸에서 살았다. 원곡중이 있는 안산으로 이사한 뒤부터 어머니는 딸의 중학교 급식소에서 일했다. 지금도 어머니는 그곳에서 일한다.

    신인상 시상식날 강소휘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
    신인상 시상식날 강소휘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
    강소휘는 어려운 가정 형편이나 부모의 이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숨기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저 원래 어렸을 때부터 대책 없이 밝은 애였어요. 원룸에 살 때도 친구들 집에 데려가서 같이 놀고, 급식소에서 엄마 만나면 옆에 있는 친구들 소개했죠. 그게 왜 창피한 일이죠?"

    프로에 데뷔한 지난해에는 어머니가 모은 돈에 자신의 연봉(5000만원)을 보태 처음으로 아파트를 장만했다고 한다. 주로 구단에서 합숙하며 지내는 그가 한 달에 쓰는 용돈은 1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달 29일 데뷔 이래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신인상을 받은 2015-16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순백색 미니 드레스에 짙은 화장까지 해 걸그룹 멤버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팬들의 환호와 달리 강소휘는 "그날이 인생에서 가장 답답했던 하루였다"고 했다. "배구 시작하고 치마는 처음 입어 봤어요. 옷은 불편하고 화장을 하니까 얼굴이 가렵더라고요. 엄마는 제가 선크림만 발라도 예쁘다고 해서, 앞으로도 화장은 안 하려고요."

    강소휘는 조만간 우상인 김연경을 만난다. 터키 리그에서 활약하는 김연경은 5월 초에 귀국해 대표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제 롤모델인 연경 언니를 직접 본다는 생각에 정말 설레요. 떨려서 먼저 다가가지도 못할 것 같아요. 먼저 말 걸어줄 때까지 기다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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