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지대가 많은 러시아 극동 연해주는 멸종위기종 시베리아호랑이(한국호랑이·사진)의 마지막 피난처다. 2015년 세계자연기금(WWF)의 호랑이 서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야생에서 살아남은 시베리아호랑이 420여 마리가 이곳에 산다. 인도·동남아 등을 포함해 전 세계 야생 호랑이 개체수의 13%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다.

오는 2020년까지 이곳에 우리나라 수도권 넓이만 한 대형 국립공원이 들어선다. 러시아 극동지역 전권대표부는 지난 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연해주 포자르스키 지역의 '비킨 국립공원' 조성 법령안에 서명해 공원 조성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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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킨 국립공원'은 1만1600㎢ 규모로, 경기도와 서울·인천시를 합친 크기와 비슷하다. 세계적인 자연생태 국립공원인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1만4763㎢)에 견주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국립공원이 들어설 연해주 북부 포자르스키 지역은 멸종위기종의 보고다. 호랑이를 비롯 불곰·흑곰·사슴·사향노루·사향뒤쥐·밍크 등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포유동물 51종과 물수리·흰꼬리수리 등 새 194종이 발견됐다.

러시아는 '비킨 국립공원'을 세렝게티 국립공원처럼 멸종위기종 보전과 연구 작업을 수행하면서 제한된 형태의 생태 관광 및 휴양도 가능하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일대에 대규모로 개발되고 있는 카지노·레저 복합리조트단지와 함께 극동지역의 관광 명소로 육성할 방침이다. 국립공원이 들어설 포자르스키 지역과 극동지역의 중심도시 블라디보스토크는 600㎞ 정도 떨어져 있다.

호랑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종족 수가 줄어드는 야생동물 중 하나다.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문제도 심각하지만, 털가죽은 물론 뼈와 피, 생식기관 등을 약재로 만들어 몰래 유통시키는 경우가 많아 늘 밀렵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