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왼쪽 사진)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6일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앞 광장에서 거리 유세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안철수(오른쪽 사진) 국민의당 대표가 6일 부산 진구 서면 합동 지원유세 현장을 찾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누구?]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6일 "중앙당 차원의 공약으로 삼성 미래차 산업을 광주(光州)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텃밭이지만 국민의당에 열세를 보이고 있는 광주의 판세를 뒤집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국민의당은 광주 8곳 지역구의 석권을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내세워 줄곧 대기업을 비판해왔던 김 대표와 더민주가 대기업에 기대는 선거 공약을 제시한 것에 대해선 논란이 제기됐다.

김 대표는 이날 '광주 경제 살리기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기아차 공장이 있는 광주는 자동차 생산 기반 최적합지"라며 "삼성 전장(전자장비)산업 핵심사업부를 광주에 유치하면 5년간 2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광주를 미래형 자동차 생산의 산실로 만들겠다"면서 "(삼성에) 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 보조금 확대,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한 각종 세제 지원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야권 심장부인 광주에서 더민주의 '전패(全敗) 위기설'이 나오자 긴급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김 대표는 "어렵고 힘들 때 광주시민들에게 도움만 요청했다. 정작 광주 경제가 어려울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이 공약과 관련해선 삼성전자 상무 출신으로 광주 서을에 출마한 양향자 후보와 삼성 측이 약간 협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더민주의 삼성 미래차 유치 공약에 난색을 표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각 정당의 공약 사항에 대해 개별 기업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전장사업은 이제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추진 방안과 투자 계획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과 R&D 기능이 수도권에 집결돼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관련 사업만 광주로 보내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했다. 삼성은 반도체는 경기도 기흥·화성에서, 내비용 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서 생산한다.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역량은 경기도 수원에 집결해 있다. 전장부품 생산 기지를 광주에 지으면, R&D와 반도체 생산은 경기도에서, 디스플레이 부품은 충남에서 생산하고, 전장부품 조립은 광주에서 해야 한다. 물류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협력 업체들과의 협의·의사 결정 과정도 길어져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니면 수원과 아산의 공장을 없애고 광주로 옮기라는 얘기가 된다.

이미 전장부품 사업을 하고 있는 LG전자도 R&D·영업 조직 등만 인천 청라에 두고, 차량용 통신장비와 내비게이션 등 주력 제품 제조는 경기도 평택,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서 한다. 이곳은 LG전자의 스마트폰·TV 등을 생산하는 주력 제조 기지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전장부품은 TV·스마트폰 등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 제조 공장을 모으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는 "검토한 적이 없다"는 삼성 측 입장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해도 삼성에서 광주에 백색가전을 보낼 때에는 지역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해서 광주로 보낸 것"이라며 "이제 백색가전이 해외로 철수하기 때문에 그 정신이 살아 있다고 전제하고, 이제 그런 비슷한 시설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더민주의 '삼성 유치' 공약에 대해 야권에서조차 "그동안 주장해왔던 경제 민주화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재벌 문제에 엄격했던 야당과 김 대표가 대기업의 힘을 빌려 광주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시시때때로 재벌 때리기에 몰두하더니 선거가 어려워지자 소신을 버린 것이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기업이 새로운 공장을 짓는 건 경제 민주화와 관계없다"며 "재벌이 한다고 무조건 경제 민주화를 방해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