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통근 시간

    입력 : 2016.04.07 03:00

    큰아이 어릴 적 꿈은 시내버스 기사였다. 스웨덴 스톡홀름 살 때 버스 두 대가 아코디언처럼 연결된 '굴절버스'에 반해서다. '탈것'에 열광하는 사내아이뿐 아니라 어른 눈에도 스톡홀름 버스는 매력적이다. 우선 100% 저상 버스다. 차 바닥이 낮으니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이 없다. 버스 몸체가 승강장 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휠체어 탄 장애인, 유모차 미는 엄마가 가뿐히 오른다. 한번은 폭설로 버스들이 20분 넘게 연착했다. 눈 많은 나라라 그러려니 했는데 시(市)는 폭설에 대비 못해 죄송하다며 한 달간 버스비를 절반으로 내렸다.

    ▶교통 체증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스웨덴은 교통 복지국가다. 스톡홀름은 외곽에서 시내로 들어서는 자동차에 혼잡교통세를 물린다. 주차료도 비싸고 시간도 두 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웬만한 배짱, 어지간히 급한 일 아니고는 차를 몰고 오는 사람은 없다. 도심과 외곽을 잇는 지하철과 통근 열차도 빠르고 쾌적해 출퇴근 길 느긋하게 신문 읽는 사람이 태반이다. 양복에 헬멧 쓰고 자전거길 달리는 샐러리맨도 흔하다.

    [만물상] 통근 시간
    ▶OECD가 26개국 직장인 통근 시간을 살펴보니 노르웨이가 14분으로 가장 짧고 스웨덴은 18분으로 다음이었다. 한국은 58분으로 제일 길었다. 일자리가 밀집한 서울 강남·종로·여의도로 통근하는 수도권 주민이 많아서란다. 일산·분당 같은 신도시 통근 수요는 늘어났건만 교통수단, 특히 광역철도가 도쿄·런던·파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단다.

    ▶도로와 대중교통이라도 쾌적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출퇴근 길은 떠밀고 떠밀려가는 말 그대로 '지옥'이다. 건강에도 좋을 리 없다. 의학자들은 통근 스트레스가 혈당·혈압·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려 뇌혈관과 심장혈관에 이상을 일으키고 죽음에도 이르게 한다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월급쟁이에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직장은 도심에 몰려 있고 주변 집값은 터무니없이 비싼 탓이다. 네 시간 이상 출퇴근하는 '익스트림 통근족'이 해마다 느는 이유다.

    ▶대안이 없진 않다. 자율 출퇴근제와 유연 근무제를 기업이 적극 도입하면 러시아워에 파김치 돼 출근하는 직원들은 줄어들 것이다. IT 기업들처럼 대도시 외곽으로 본사를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에릭슨·이케아·볼보 같은 스웨덴 글로벌 기업들은 스톡홀름 외곽이나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다. 밥벌이하러 어차피 가야 할 애증의 길이라면 책 읽고 음악 들으며 마음을 다스릴 필요도 있다. 낯선 이와 함께하는 '수면 버스'일지언정 나 혼자만의 오롯한 시간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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