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경계 기간에 뚫린 政府청사

    입력 : 2016.04.06 03:00 | 수정 : 2016.04.06 08:07

    [정부 '안방' 뚫리고도 한달간 몰랐다]

    朴대통령이 전국 경계령 내린 이틀 후… 公試生, 인사혁신처 4~5차례 침입해 합격자 조작

    北의 청와대 타격 위협으로 당시 정부청사 경비 특별강화
    - 공범은 없었나?
    사무실 컴퓨터 켜고 작업하려면 잠금장치·PC 비밀번호 알아야
    - 인사처가 대문 열어놨나?
    "세종시로 이사 앞둬 어수선… 사무실문 열어놓고 퇴근하기도"

    20대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지난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한 달 동안 서울 세종로 정부 서울 청사에 4~5차례 침입해 시험지 유출을 시도하고 컴퓨터상에서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청와대 타격 위협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하고,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실시돼 정부 청사에 대한 경비가 강화된 시점이었다.

    국가 중요 시설 경계 태세 강화 속에 뚫린 정부 서울청사
    정부 서울 청사는 국무총리와 부총리 등 국무위원들의 집무실이 몰려 있고, 정부 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자치부가 본부로 사용하는 정부의 핵심 건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응시생이 청사를 들락날락한 사실을 거의 한 달 후에야 파악할 정도로 보안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경찰청은 5일 "훔친 공무원 신분증을 이용해 정부 서울 청사에 들어가 7급 국가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로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2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토요일인 지난달 26일 오후 9시쯤 정부 서울 청사 16층 인사혁신처 시험출제과 사무실에 침입한 뒤 담당자의 PC에 접근해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전국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한 지 이틀 뒤다. 제주도의 한 대학교 졸업반인 송씨는 지난달 5일 치러진 국가직 지역 인재 7급 공무원 선발 시험에 응시했다. 110명을 뽑는 이 시험엔 702명이 지원했다.

    송씨는 필기시험 전에도 시험지를 미리 빼돌리기 위해 인사혁신처에 2~3차례 침입했지만 시험지를 찾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송씨는 이 과정에서 공무원 시험 담당자의 PC를 확인하고, 다시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자치부는 송씨의 침입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마지막 침입 나흘 뒤인 지난달 30일 필기시험 합격자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명단 조작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공무원증 습득 경위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송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부 서울 청사 1층 체력단련장에서 공무원증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송씨가 훔친 신분증으로 정부 서울 청사 정문을 통과했더라도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가 PC를 켜고 작업을 하려면 사무실 잠금장치와 컴퓨터 등의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내부에서 송씨를 도와준 공범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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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청와대 타격 위협 등이 이어지자 전국적으로 경계 태세 강화에 들어갔다. 사진은 경찰특공대가 지난달 24일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에서 테러 대비훈련을 하는 모습. /김지호 기자
    정부 서울 청사에 근무하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오는 9~11일 세종시 이전을 앞둔 인사혁신처가 보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한 중앙 부처 공무원은 "인사혁신처가 최근 이삿짐을 싼다고 경황이 없어 컴퓨터를 켜놓은 채 사무실 문을 열어놓고 퇴근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싶어 명단을 조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필기시험 성적이 합격선에 미달해 불합격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용의자가 어떻게 인사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는지, 기밀 자료가 보관된 PC가 왜 허술하게 뚫렸는지, 성적 자료의 어느 부분을 얼마나 조작했는지 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면서 "우리도 수사 결과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번 사건과 관계없이 6일 예정대로 국가직 지역 인재 7급 공무원 최종 합격자 명단을 발표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따로 보관하고 있는 시험 원자료와 합격자 명단을 다시 한번 대조하는 작업을 거쳤다"며 "최종 합격자 명단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기관 정보] 정부의 '안방' 인사혁신처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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