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프게 굴지 말고, 강 선생은 이 시간 이후로 내 생각만 합니다."
까딱하면 이 대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시아 여성들은 물론 각국 지도자들까지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며 극찬한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송중기)는 원래 특전사 장교가 아니라 의사, 그것도 탐욕 가득한 출세 지향적 의사였다.
'태양의 후예'는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을 받은 '국경 없는 의사회'가 원작. '국경 없는 의사회' 시놉시스(줄거리)에 따르면 유시진과 서대영(진구)은 특전사가 아닌 의사, 윤명주(김지원)는 간호사였다. 특전사는 원작에도 등장하나 조연에 불과하다.
배경은 같다. 인도네시아 파당섬에 있는 우르크 지역. 이곳에 진도 8.3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혜성병원 의료진과 예비역 특전사 출신 정예 인력이 현지로 급파된다. 드라마에선 긴급 구호 의료팀장을 강모연(송혜교)이 맡지만 원작에선 '신의 손'을 지닌 천재 외과의사 유시진이 이끈다.
주인공들 로맨스 비중도 드라마에서처럼 절대적이지 않다. 영국 BBC는 '아시아를 휩쓴 한국 군대 로맨스'라며 '태양의 후예' 열풍을 보도했지만 원작은 아비규환의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려 분투하는 의사들의 우정과 사랑, 인류애를 그렸다. 여기에 스릴러와 스펙터클이 결합한다. 대지진으로 냉전시대 때 버려진 생물학 무기 창고가 발견되고, 이곳에 숨겨져 있던 대량살상무기를 둘러싸고 무장 반군과 유엔군이 전투를 벌인다. 이 방대한 대작(大作)이 달콤한 멜로 드라마가 된 건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가 합류하면서다. 원작자 김원석씨는 전화 통화에서 "불만은 없다. 원작은 원작일 뿐"이라며 웃었다.
'태양의 후예'의 폭발적인 인기를 보면 송중기를 의사에서 특전사로 바꾼 건 '신(神)의 한 수'였다. 하지만 작품 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배우 송중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깊이가 더해진다. 의사와 군인의 철학, 진한 인류애를 느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종영 2주를 앞두고도 드라마는 여전히 '기승전-멜로'를 되풀이하는 중이다. 인류애는 잠깐이요, '송송 커플'의 러브신만 이어지니 "민망하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