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대사관이 밀집해 있는 워싱턴DC의 '엠버시 로(Embassy Row)'가 요즘 '트럼프 인맥 잡기'에 정신이 없다. 이쪽 바닥과는 워낙 관계가 없던 '아웃사이더'인 탓에 누가 그의 핵심 측근인지, 누가 정책을 좌우하는지 아는 것부터가 어렵다. 부동산 재벌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뛰어들어 공화당 후보에 가장 근접해 있는 트럼프의 엉뚱한 '세계 전략'은 가까운 동맹국의 고민부터 키우고 있다.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방위비 전담을 요구하면서 한국을 포함해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주변에서 제대로 대외 정책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측근은 정책을 전혀 모르고, 정책을 아는 사람은 그와 거리가 상당히 멀다. 트럼프가 최근 공개한 외교안보팀은 모두가 속된 말로 '듣보잡'이다.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던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연방 상원의원 정도가 말이 되는 축에 속한다. 상원 군사위원회 전략군사소위원장도 맡고 있다. 북핵 문제에 어느 정도 정통하다고 볼 수 있다. 각국 대사관 관계자의 손길은 그래서 세션스 의원에게 몰린다. 이렇다 보니 몸값이 천정부지다. 면담 신청은 줄을 섰는데, 얼굴 보기가 어렵다. 보좌관 한번 만나는 것조차 힘들다. 그나마 우리 측과는 접촉이 됐다고 하니 다행인데 여전히 트럼프는 마이웨이다.
중국은 어찌 보면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오히려 느긋한 편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겨냥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빼앗긴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되찾아오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믿는 구석이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부터 편을 들었다. 트럼프 말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2019년 말 미국 경제 규모가 4.6%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도 700만개나 감소한다는 관측까지 내놓았다. 미국이 중국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수치 외에 중국은 미 지방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부를 유치하려는 주(州) 정부 등에 손길을 뻗친 것이다. 어떤 공장을 원하는지, 얼마 정도의 투자를 바라는지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트럼프를 움직이겠다는 전략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말한 대로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중국 대사관 측은 여유를 부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가 사업가라는 점을 우리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안보의 중요성을 당위론으로만 설명해서 먹힐 상황이 아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고, 특히 한반도 정책은 변화를 줄 수 없다는 말이 나오긴 한다. 주한미군 철수론을 주장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트럼프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관측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는 상식을 깨는 변칙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다행히 세션스 의원 지역구에는 현대·기아차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측 전략을 우리도 빌려 볼 만하다. 국익에 정부와 기업, 따질 게 뭐 있나. '돈'에는 '돈'으로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