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제1당인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이 29일(현지 시각) 전국위원회를 열고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이끄는 연정(聯政)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호세프 정부에 참여하는 당 소속 7명의 장관이 사퇴하고 정부·산하기관 고위직 600여 명도 모두 철수하게 된다. 또 다른 연정 참여 정당인 진보당(PP)도 30일 연정 잔류 여부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35개 정당이 난립해 있는 브라질에서는 각 정당의 입장이 쉽게 바뀔 수 있고 대세의 흐름에 편승하는 경향이 강하다. 연정 참여 정당들의 도미노식 이탈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최근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에 임명해 연정 유지와 대통령 탄핵 방어에 나서도록 하려 했던 전략은 대법원이 수석장관 임명을 불허함으로써 벽에 부딪혔다. 보직 없이 활동에 나선 룰라 전 대통령은 28일 PMDB 소속인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을 만나 연정 잔류를 설득했지만 아무 성과도 내지 못했다.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은 누구?]

이에 따라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PMDB는 "연정에서 탈퇴하면 호세프 대통령 탄핵 추진에 힘을 합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집권 노동자당(PT)은 하원에서 탄핵을 막기 위해서는 총의석의 3분의 1을 확보해야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필요 의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원은 최근 호세프 대통령 탄핵 절차의 첫 단계로 탄핵 문제를 심의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특위가 탄핵 추진에 합의하면 표결에 부쳐져 하원 의원 513명 중 3분의 2인 342명이 찬성하면 안건은 상원으로 넘어간다. 상원에서는 먼저 호세프 대통령을 재판에 부칠지를 결정하는 찬반 투표를 벌여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호세프 대통령은 직무 정지되고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하게 된다. 이후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나오면 상원의 탄핵 찬반 투표가 이뤄지게 된다. 상원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탄핵안은 최종 가결된다. 이렇게 되면 호세프 대통령은 실각하고, 2018년 말 대선 때까지 남은 임기는 테메르 부통령에게 넘어가게 된다.

비상사태에 빠진 호세프 대통령은 PMDB의 연정 탈퇴 직후, 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PT의 상원 원내대표인 움베르투 코스타 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헌정 질서 파괴 행위이고 테메르 부통령이야말로 쿠데타의 주모자"라며 '어제의 동지'였던 PMDB를 규탄했다. 다른 연정 참여 정당으로부터 PMDB를 떼어놓기 위한 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호세프 대통령에겐 싸늘하게 식어버린 국민 여론이 PMDB의 연정 탈퇴보다 더 큰 짐이다. 지난해 말 분식회계로 정부의 재정 적자를 흑자로 꾸며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게 탄핵의 핵심 사유로 거론된다. 또 룰라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들이 줄줄이 연루된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관련 부패사건,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 국제축구연맹(FIFA)에 면세권을 부여해 세금 한 푼 안 내고 '먹튀'를 할 수 있게 한 사건 등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탄핵특위에서 합의가 이뤄져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표결이 4월 중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탄핵 절차가 모두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