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출범하는 미얀마 문민정부 첫 대통령에 아웅산 수지 여사의 최측근 틴 초(70)가 취임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이겨 최대 정당이 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이끌고 있는 아웅산 수지는 이번 내각에서 외무부, 전력에너지부, 교육부, 대통령실 등 네 부처 장관직을 맡아 국정에 폭넓게 관여하게 된다.

30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틴 초 신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두 부통령과 함께 취임하며 "미얀마 연방공화국과 국민에게 충성을 약속한다. 헌법과 법률을 받들고 주어진 책무에 힘쓰겠다"고 했다. 군부가 배출한 대통령 테인 세인은 퇴임했다. 이로써 1962년 쿠데타 이후 지속된 미얀마 군부 통치가 막을 내렸다.

대통령 인장 건네받는 미얀마 새 대통령 - 30일 미얀마 대통령 이·취임식에서 틴 초(왼쪽) 신임 대통령이 물러나는 군부 출신 테인 세인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인장(印章)을 건네받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지는 누구?]

틴 초는 취임 일성(一聲)으로 아웅산 수지의 대통령 출마를 막는 현행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설에서 "새 정부는 국민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헌법, 민주적 기준에 맞는 헌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외신들은 그의 발언이 '대통령 위의 권력자' 아웅산 수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군부가 제정한 헌법 59조는 두 자녀 국적이 영국인 아웅산 수지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아웅산 수지가 당권(黨權)을 손에 쥐고서도 운전기사이자 친구인 '복심(腹心)' 틴 초를 대통령 후보에 지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서 아웅산 수지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이 막히자 막후 실권자로서 미얀마를 이끈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아웅산 수지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BBC 인터뷰에서 "(막후 정치 계획을) 사람들에게 감추지 않고 드러내서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낫다. 나는 집권당 대표로서 국정을 계속해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개헌하려면 전체 의석의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미얀마 헌법은 전체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하고 있다. 군부가 개헌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미얀마 군 수뇌부는 아웅산 수지의 대통령 출마를 여전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