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했더니 베이비시터가 그만뒀다

    입력 : 2016.03.31 03:00 | 수정 : 2016.03.31 15:24

    [아동학대 늘자 가정용 판매 급증… 맞벌이 부부 對 베이비시터 갈등도 늘어]

    워킹맘 "아동학대 막는 안전장치"
    베이비시터 "감시당하는 기분"

    출산휴가를 마치고 이달 초 복직한 서울의 한 사립대학 교직원 신모(32)씨는 며칠 전 출근날 아침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4개월짜리 아들을 봐주는 베이비시터(아기돌보미) 아주머니가 전날 밤 갑자기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집 안에 설치한 CCTV(폐쇄회로TV)가 문제였다. 신씨는 "남편이 '아동 학대가 있을 수 있으니 집 안에 CCTV를 달자'고 해 이모님(베이비시터)에게 어렵게 운을 뗐다"며 "거실에만 설치하기로 해 이모님도 동의한 줄 알았는데 그날 밤 바로 '나를 못 믿는 것 같으니 애를 못 봐주겠다'고 문자가 왔다"고 했다. 결국 다음 날 새벽, 지방에서 친정어머니가 올라와 아이를 봐줬다고 한다.

    작년 말부터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집 안에 CCTV를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맞벌이 부부와 베이비시터 간의 갈등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 학대 가해자 중 약 10%가 베이비시터 등 대리양육자였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부모들이 'CCTV 설치'를 고용 조건으로 내걸자 베이비시터들은 "괜히 감시당하는 기분이 든다"며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년째 입주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성모(여·55)씨는 최근 아이 엄마로부터 "거실에 CCTV를 설치했으니 앞으로 거실에선 옷을 갈아입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크게 속상했다고 한다. 성씨는 "사전 예고도 없이 CCTV를 설치해 내심 서운했지만 아이와 10개월간 정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며 "하루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는데 바로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집중해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내 소름 끼쳤다"고 했다.

    반면 워킹맘들은 "학대당해도 말 못하는 아기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맞선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김모(36)씨는 "근무 중에 틈틈이 CCTV와 연결된 스마트폰 앱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니까 마음이 놓이고 전보다 일할 때 집중이 잘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산한 이모(34)씨는 얼마 전 집에 몰래 녹음기를 켜놓고 출근했다. 친구에게서 "노트북 웹캠을 켜놓고 외출했더니 베이비시터가 누워있는 아이를 물건처럼 한 손으로 잡아끌더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신(神)'처럼 모셔야 하는 아기 돌보는 분께 차마 CCTV 얘기를 꺼낼 수 없어 차선책으로 녹음기라도 켜놓은 것"이라며 "내가 나가자마자 온종일 TV 소리만 들려 속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이비시터의 학대나 방임과 관련한 소송에서 CCTV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북에 사는 한 부부는 2013년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수막염에 걸리자 베이비시터 방모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CCTV를 통해 베이비시터가 그해 6월 여러 차례에 걸쳐 아기에게 먹다 남은 분유를 먹이고 트림도 시켜주지 않는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방씨는 "아기가 병에 걸린 것과 트림을 시켜주지 않은 것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부모에게 7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근 대형 통신사들이 맞벌이 가구를 겨냥해 내놓은 가정용 실내 CCTV 상품은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LG유플러스가 출시한 '맘카'의 경우 출시 초기인 2014년 3월 8800명이었던 가입자가 2년 만에 10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처음엔 애완견을 키우는 가정에서 많이 가입했지만 아동 학대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맞벌이 가정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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