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지피주멍(치맥의 꿈)! '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처럼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을 거예요."

28일 오후 5시 30분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106대의 관광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버스에서 관광객들이 쏟아져 내렸다. 여기저기서 "치맥 먹을 시간"이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월미도에서는 중국 광저우(廣州)에 본사를 둔 화장품 및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체 아오란(傲瀾) 국제미용그룹이 선발한 우수 판촉사원 4500명을 위한 치맥 파티가 열렸다. 3300㎡(약 1000평) 크기의 수변공원을 꽉 채운 750개의 6인용 테이블 위에 치킨 3000마리와 캔맥주 4500개가 놓였다. 중국 시안(西安)에서 온 왕란핑(王蘭萍·23)씨는 "드라마서 보던 치맥을 직접 먹다니 꿈속에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28일 오후 인천 중구 월미도 공원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치맥 파티에서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4500여 명이 치킨을 들어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이날 소비된 캔맥주만 4500개, 치킨은 3000마리에 달했다.

아오란그룹 임직원 6000명은 지난 26~27일 이틀 동안 광저우, 베이징 등 중국 24개 도시에서 비행기 158대에 나눠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포상 휴가와 전체 회의를 겸한 여행이었다. 이 중 회의 준비 등으로 불참한 인원을 제외한 전원이 치맥 파티에 참석했다.

파티는 오후 6시 궈청린(郭承霖) 아오란그룹 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기분이 어떠냐"는 궈 회장의 질문에 직원들이 "좋다(好)"고 함성을 질렀다. 중국 어느 도시의 광장에 와 있는 듯했다. 무대에서 K팝과 댄스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관광객들은 맥주와 치킨을 즐겼다. 행사 시작 40분 만인 오후 6시 40분쯤 테이블 위 치킨은 앙상한 뼈만 남긴 채 모두 동났다.

이번 치맥 파티는 2014년 중국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별그대'가 계기가 됐다. 드라마 속 천송이가 맥주와 치킨을 즐겨 먹는 장면이 등장하자, 중국 대륙에 치맥 열풍이 불었다. 인천시청 임규택 마이스전략팀장은 "드라마처럼 치맥을 즐길 기회를 달라는 아오란그룹의 요청에 따라 자리를 준비했다"고 했다.

치맥 파티가 열리기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엔 20대의 경차와 트럭에 실린 3000마리의 치킨이 현장에 도착했다. 인천시와 계약한 한 치킨 업체는 오후 2~3시부터 소속 점포 50곳에서 닭을 나눠 튀겼다. 업체 관계자는 "점포당 평균 60마리씩 튀기기 위해 다른 주문을 받지 않았다"면서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초벌로 튀긴 후 배달 직전 다시 한 번 살짝 튀겼다"고 말했다.

행사 시작 10분이 지나고 무대에 힙합 음악이 흐르자 일부 관광객은 자리에 일어나 춤을 췄다. 무대 앞에서 춤을 따라 하던 천스쿤(34)씨는 연신 "하오하이(好high·너무 신난다)"라고 외쳤다. 천씨는 "중국에서도 '치맥'을 먹어봤지만 맛이 없었다"며 "본고장인 한국에 와서 바닷바람 맞으며 치킨을 먹으니 이제야 맛을 알 것 같다"고 했다. 6시 30분쯤 사회자가 "모두 건배합시다"고 하자 관광객들은 한목소리로 '간베이(干杯)'를 외쳤다.

월미도 ‘치맥’ 휩쓸은 유커 4500명 - 기업 회의와 인센티브(포상) 관광을 겸해 한국에 온 중국 아오란 국제뷰티그룹 임직원 6000여명 중 4500여명이 28일 오후 인천 중구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역대 국내 최대 규모의 ‘치맥(치킨+맥주)’ 파티를 즐기고 있다. 이날 행사가 열린 3300㎡(약 1000평)의 수변공원엔 750개의 6인용 테이블이 들어찼으며, 치킨 3000마리와 캔맥주 4500개 등이 동원됐다. 건강 보조 식품 기업인 아오란의 임직원들은 다음 달 2일까지 인천과 서울 등지를 돌아보고 떠날 예정이다.

['치맥 열풍' 일으킨 배우 전지현은 누구?]

[관광객을 통칭하는 중국어 유커란?]

앞서 중국 관광객들은 이날 인천 차이나타운, 서울 모래내시장, 창덕궁 등지를 방문했다. 창덕궁은 이날 휴관인데도 단체 방문객을 위해 문을 열었다. 관광객 천메이란(陳美蘭·29)씨는 "모래내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을 때 주인이 어묵을 공짜로 더 얹어줬다"며 "말이 안 통해도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 6000여 명이 인천에 한 번에 오는 것은 국제 유람선이 인천항을 들른 경우를 빼면 역대 최대 규모다. 이렇다 보니 각종 이색 기록도 쏟아졌다. 행사에 동원된 캔맥주를 탑으로 쌓으면 높이가 765m로 강화도 마니산(469m)의 1.6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