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亂' 25시간… 朴대통령 입장 고려해 '절충' 선택

입력 2016.03.26 03:00

[총선 D-18]

친박계 "선거 위해 타협 불가피… 책임은 金대표가 져야"

회의 초반엔 입장 고수하던 金, 햄버거 점심후 3대3 타협안 제시… 들어갈때부터 '플랜 B' 준비한 듯
金 "큰 실패 막으려 선택과 타협"

김무성의 '옥새 전쟁' 25시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전쟁'은 25시간 15분 만에 김 대표와 친박 측이 한 발씩 물러나면서 끝났다. 김 대표는 "후보 등록 마감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던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25일 최고위를 소집, 대구의 '진박(眞朴)' 후보 3명의 공천장에 도장을 찍었다.

김 대표는 지난 24일 오후 2시 30분 기자회견을 통해 5개 지역(서울 은평을·송파을, 대구 동갑·동을·달성) 불공천 방침을 밝힌 이후 낙향→귀경→최고위 소집→입장 변경 등의 과정을 거쳤다. 기자회견 때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유승민 의원이 탈당의 변으로 밝힌 '정의' '민주주의' 등을 거론하며 자신의 입장을 끝까지 관철할 기세였다. 이날 오후 기습을 당한 친박계가 모여 "김무성의 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 김 대표는 영도대교에 올라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오직 국민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이번 일에 정치적 명운을 걸겠다는 결기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친박계가 김 대표의 '유고(有故)' 상태를 가정한 '권한대행 체제'를 거론하고 원유철 원내대표를 특사로 부산에 파견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김 대표는 부산에 내려온 원 원내대표와 자갈치시장 횟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내일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했다. "당사에서 당무를 보겠지만 최고위를 소집하는 것은 아니다"고 단서를 달았다.

김 대표는 다음 날인 25일 오전 8시 30분 비행기로 서울로 향했다. 그는 부산 자택을 나서며 '불공천에 대한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심각하게 당헌·당규를 위반한 공천이기 때문에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공천에 대한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전 10시쯤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했다. 그는 '최고위를 소집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부산 출발 전과 약간 입장이 바뀐 것이다. 김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주말까지 없을 것"이라고 했던 최고위는 오전 11시 38분에 재개됐다. 김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들은 오후 3시 45분까지 4시간 동안 햄버거를 들며 회의를 이어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들어서던 중 이인선(대구 수성을) 예비후보가“공천을 빨리 추인해달라”고 항의하자‘올라가서 얘기하자’는 뜻으로 위쪽을 가리키고 있다.
예비후보 항의받은 金 "올라가서 얘기합시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들어서던 중 이인선(대구 수성을) 예비후보가“공천을 빨리 추인해달라”고 항의하자‘올라가서 얘기하자’는 뜻으로 위쪽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태호·서청원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 이인제·안대희(왼쪽부터) 최고위원이 25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김무성 대표가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단수 추천을 받은 5개 지역구 후보의 의결을 거부한 것에 대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난감했던 최고위원들 - 새누리당 김태호·서청원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 이인제·안대희(왼쪽부터) 최고위원이 25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김무성 대표가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단수 추천을 받은 5개 지역구 후보의 의결을 거부한 것에 대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회의 초반에 김 대표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공천 효력이 정지된 이인선(수성을) 후보까지 포함한 6개 지역 불공천 입장을 고수하다 오후 2시를 전후해 '3대3' 타협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대구의 정종섭(동갑)·추경호(달성)·이인선(수성을) 후보 등 3명의 '진박' 후보 공천장에 도장을 찍어주는 대신, 이재오(서울 은평을)·유승민(대구 동을)·김영순(서울 송파을) 후보가 출마한 곳은 불공천 지역으로 남기자는 것이었다. 공천장 제출 마감 시간(오후 6시)을 앞두고 대안을 찾지 못하던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옥새 전쟁은 끝났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 들어갈 때부터 '3대3 절충안'을 '플랜 B'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최고위 직후 아무 말 없이 당사를 빠져나갔다. 김 대표의 이날 타협을 두고 김 대표는 "정치라는 게 큰 실패를 막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선택과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선거를 앞둔 당 대표로서 내 원칙만 고집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친박계도 김 대표와의 타협에 마땅치 않아 하면서도 "선거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봉합 합의 직후 "법적인 책임은 모두 당 대표가 져야 한다"고 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어쨌든 혼란은 접고 미래로 가야 된다는 데 마음을 모은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일각에선 "또다시 '쇼'만 했다"며 "말을 번복해 대선 주자로서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대신 공천장을 협상 도구로 썼다는 비판만은 당분간 김 대표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게 됐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