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결핵 후진국' 한국,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A(50)씨는 3년 전 미국 연수 초기 현지 간호사로부터 받은 불쾌감을 떨쳐내지 못했다고 했다.
딸이 입학할 공립고교에 제출하기 위해 한국에서 받은 결핵 검사 증빙서류를 본 그 간호사가
"결핵에 관한 한 신뢰 못 할 국가에서 왔으니 투베르쿨린(피부반응 검사용 항원) 주사를 다시 맞아야 한다"고 해 승강이를 벌였다는 것이다.

    입력 : 2016.03.25 08:42 | 수정 : 2016.03.25 08:43

    선진국 유학·연수·주재원 경험자 중 상당수가 토로하는 이런 경험엔 충분한 근거가 있다. 한국은 결핵 3대 지표(이하 인구 10만명당 수·2014년 기준)인 발생률(86.0명), 유병률(101.0명), 사망률(3.8명)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1996년) 이래 부동의 1위인 '결핵 후진국'이다. 발생률은 OECD 회원국 평균(12.0명)의 7.2배다.

    결핵은 후진국병?…"매년 국내 신규환자 4만명"

    선진국서 '결핵 후진국'으로 여겨
    유학생·주재원 등에 요구

    ◇감염 사실 학교·직장에 안 알려

    결핵은 공기 중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병(활동성 결핵 환자의 기침·재채기나 대화 중 침이 원인)이어서 찌개·반찬을 공유하는 한국식 식문화와 연관 짓는 것은 잘못된 추론이다. 결핵 후진국이 된 것은 다른 여러 요인이 중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6·25 직후 결핵 창궐기에 보건소 책임으로 결핵을 밀착 감시·치료하다 1989년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병원 중심 관리로 전환하면서 감시가 느슨해졌다"고 말했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활동성 결핵으로 진단받고도 사회적 편견과 냉대를 걱정해 외부에 안 알리고 직장·학교 생활을 계속하는 문화, 치료 기간이 6~9개월로 길고 간(肝) 독성 같은 부작용이 있어 투약을 임의 중단하는 탓도 크다"고 풀이했다.

    결핵 예방 접종은 두 가지 극단적 경우, 즉 결핵성 뇌막염과 파종성(균이 온몸에 퍼지는) 결핵에만 효과가 있는데, 이를 '결핵 해방 주사'로 방심한 이유도 있다. 잠복 결핵은 당뇨 또는 고령으로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발병할 수 있어 고령으로 접어드는 베이비부머(1955~ 1963년생)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임 교수는 말했다.

    長壽 4대 걸림돌, 운동부족·비만·고혈압·결핵

    ◇15~19세에 환자 급증

    보건복지부는 결핵 예방의 날인 24일 '결핵 안심 국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고교 1학년생(만 16세·60만명)과 만 40세 국민(85만명), 징병검사 대상자에게 무료로 잠복 결핵(결핵 발병 전 단계) 검사 및 치료를 제공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결핵 환자 급증 시기인 고1, 노후 면역력 약화를 앞둔 만 40세, 공동생활로 전염 가능성이 높은 징병 검사자를 대상으로 잠복 단계부터 조기 발견과 발병 전 치료를 통해 결핵을 촘촘히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24일 세계 결핵 예방의 날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제6회 결핵 예방의 날’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결핵 퇴치 운동에 동참하자는 글자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결핵, 20년째 OECD 1위…
    내년부터 고1·만 40세 전수조사

    ◇학교·의료기관 종사자도 무료 검진

    정부는 학교, 영·유아시설, 의료기관, 산후조리원 같은 집단시설의 신규 임용 교직원 또는 종사자에 대해서는 오는 8월부터 무료 잠복 결핵 검사 및 치료를 하고, 기존 직원(145만명)에 대해서는 내년에 한시적으로 무료 검사·치료를 할 계획이다. 보건소는 이미 이달부터 결핵·잠복 결핵에 대해 무료 검진·치료를 시작했고, 다른 모든 민간·공공 의료기관도 오는 7월부터 무료 검사·치료를 한다. 이번 계획으로 2025년에는 결핵 발생률을 10만 명당 12명 수준으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정진엽 복지부 장관이 밝혔다.

    정부는 또 흡연·당뇨·저체중·알코올중독 등 결핵 발병 위험군에게 검진을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고1 학생, 만40세 국민 결핵 검진 의무화

    결핵 많은 이유, 정부의 느슨한 관리·높은 인구밀도·과도한 다이어트…

    일본은 2000년부터 결핵이 확연히 준 반면 한국에선 4만명 안팎의 신규 환자가 매년 발생한다. 후진국 질병으로 알려진 결핵이 세계 경제 12위권인 한국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현상에는 예방의학적·사회학적 여러 요인이 얽히고설켜 있다.

    ①결핵에 대한 방심

    1990년대 중반까지는 결핵이 해마다 급감해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러다 결핵 관리가 느슨해지면서 2000년대부터 다시 결핵이 증가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②치료 중심 방역의 한계

    결핵 환자를 찾아내 치료를 지원하는 데 그쳐, 환자 주변의 감염 의심 사례를 적극 찾아내 2차 전파를 막는 데 등한시했다. 결핵균은 있으나 증상은 없는 잠복 결핵 그룹이 계속 결핵을 옮기는 일이 반복됐다.

    ③결핵에 대한 경각심 부족

    결핵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 상당수가 6~9개월 복용 기간을 끝까지 지키지 않고 끊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결핵균을 가지고 있다.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되면 감기가 아닌 결핵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④결핵균의 큰 전파력

    결핵 환자 한 번 기침에 3000여개 결핵균 포자가 공기 중에 퍼진다.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버스·지하철 등 밀집 공간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은 데다 학교·학원·군대·기숙사 등 다중 밀접 생활을 하는 경우도 빈번해 쉽게 전파가 가능한 환경이다.

    ⑤젊은 층의 면역력 저하

    과도한 다이어트와 운동 부족으로 면역력이 감소해 결핵 감염에 취약한 10·20대가 많다. 학원이나 도서관 생활을 하느라 햇볕을 적게 쬐면 비타민D 부족 현상이 일어나 면역력 감소로 이어진다. 앓고 지나갈 만한 결핵에도 쉽게 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메르스보다 심각한 결핵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감염병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신종플루, 에이즈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메르스로 온 나라에 비상이 걸렸던 지난달 9일, 서울대 의대 허대석 교수는 "결핵이 메르스보다 더 심각한 질환"이라고 주장했다. 결핵이 가장 심각한 감염병이라는 것이다.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병이다. 기원전 7000년 석기시대 화석에서도 결핵의 흔적이 발견됐다. 걸리면 환자의 50%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었는데 1940년대 항(抗)결핵제가 등장하면서 약만 잘 먹으면 완치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결핵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2일 결핵 새 환자가 3년째 감소세라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3만4869명이 새로 결핵 진단을 받았고, 2013년 2230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다. 매일 100명이 새로 결핵에 걸리고 6명 이상이 결핵으로 숨지는 것이다. 그 결과 인구 10만명당 결핵 환자 수가 84.9명이다. 이런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미국은 10만명당 결핵 환자 수가 4.1명, 일본은 23명 정도다. 현재까지 확진 환자 186명, 사망자 36명인 메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질병인 것이다.

    더구나 메르스는 공기 감염이 거의 없고 대부분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전파됐지만 결핵은 공기로 전파되는 대표적 감염병이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서 환자 대부분이 결핵 감염을 모른 채 돌아다니며 감염시키는 경향이 있다. 결핵 환자 1명이 확진을 받기 전까지 평균 20명에게 균을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결핵에 대한 경각심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핵균이 몸에 숨어 있어도 90%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이를 '잠복 결핵'이라고 하는데 결핵균 감염자 10명 중 1명 정도는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균이 활동을 시작해 증상이 나타난다. 또 결핵은 서너 가지 약을 6개월간 꾸준히 먹어야 완치된다. 그런데 약을 한 달 정도 먹으면 증상이 사라져 복약을 중단하는 사람이 많다. 이에 따라 재발이 반복되면서 결핵이 창궐하는 것이다. 결핵에 대처하고 예방하는 법은 메르스와 큰 차이가 없다. 보건 당국은 "2주 이상 기침을 계속하면 꼭 결핵 검사를 받고, 증상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기침 예절을 잘 지키는 것이 결핵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결핵' 의심해야


    결핵의 대표 증상은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발열, 수면 중 식은 땀, 체중감소 등이 있다. 또 신생아 때 결핵예방접종(BCG접종)을 한 경우도 결핵이 발생할 수 있다. 결핵 예방접종은 소아의 심각한 중증 결핵 예방을 위해 접종하는 것으로 평생 결핵을 예방하는 접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핵 증상이 나타나도 감기나 기관지염 등 다른 호흡기 질환으로 오인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결핵을 방치하면 환자의 50%가 사망하고 30%는 평생 결핵에 걸린 채 투병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 낫지 않는 기침, 원인은?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결핵 예방수칙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 결핵을 의심하고 반드시 결핵검사를 받을 것
    2. 결핵이나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감염병 예방을 위해 기침예절을 잘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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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살 기운에 허리 통증까지? '결핵성 척추염'일 수도


    회사원 정모(47)씨는 최근 몸살 기운이 느껴지면서 없던 허리 통증이 생겼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가 허리 통증이 급격히 악화돼 병원을 찾았는데 '결핵성 척추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결핵성 척추염은 호흡기를 통해 들어온 결핵균이 폐 등 장기에 감염된 후 혈액을 타고 척추, 목 등에 옮겨와 발병되는 질환이다. 전체 결핵 환자의 10~15% 정도가 폐가 아닌 다른 곳에서 결핵균이 감염되는데, 이 중 절반이 척추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인 허리 통증과 달리 방사통, 근육의 긴장 및 운동 범위 감소, 체중 감소, 피로감, 간헐적인 발열감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대전바로세움병원 척추센터 이중근 원장은 “결핵성 척추염은 심한 경우에는 농양, 추간판염, 골 괴사, 상·하지의 위약감 및 마비 증상까지 일으킬 수 있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결핵에 대한 치료도 같이 이뤄져야 하므로 정확한 초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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