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대신 뇌 전기 자극… '브레인 도핑' 시대 열리나

조선일보
입력 2016.03.24 03:00 | 수정 2016.03.24 07:47

美, 스키점프 선수 대상 실험 "균형 감각 80% 상승했다"
검사 방법 없고 규제도 없어… 스포츠계 '뜨거운 논란'으로

브레인 도핑 원리
스포츠맨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열심히 훈련하는 것 외엔 왕도(王道)가 없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불법 약물에 손을 대는 것뿐이다. 흔히 말하는 도핑이다. 물론 적발되면 선수 인생이 끝장난다. 하지만 수천년 내려온 운동의 관념을 재정립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불법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도, 무작정 훈련에만 시간을 쓰지 않아도 뇌를 자극해 운동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브레인 도핑(Brain doping)'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실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브레인 도핑' 실험이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달 미국 올림픽 대표팀이 포함된 미국 스키·스노보드협회(USSA) 소속 스키점프 선수 7명은 브레인 도핑 실험에 참가했다. 4명은 일주일에 4번씩 헤드폰처럼 생긴 브레인 도핑 장비를 머리에 쓴 채 점프 훈련을 했다. 남은 3명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훈련을 했다. 2주 동안 진행된 실험 결과, 브레인 도핑을 한 선수들이 그러지 않은 선수들에 비해 균형감각이 80%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인 도핑이란 뇌의 특정 부분에 전기 자극을 가해 운동력을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선수들이 모든 힘을 쏟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사실 뇌는 과부하를 막기 위해 힘의 여유분을 남겨놓도록 한다"며 "브레인 도핑은 남은 능력을 최대한으로 쓰도록 뇌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이런 실험이 가능했던 건 브레인 도핑 방식이 수년 전부터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등을 치료하기 위해 널리 연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브레인 도핑이 피로감을 줄여준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사이클 선수 12명에게 피곤할 때까지 페달을 밟으라고 했는데, 브레인 도핑을 한 선수들이 그러지 않은 선수들보다 평균 2분 이상 페달을 더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켄트 대학의 스포츠 과학자인 렉스 모거는 "하체 기능을 담당하는 두뇌 특정 부분에 자극을 가한 결과, 사이클 선수들이 피로감을 덜 느끼며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브레인 도핑과 관련된 어떤 규제도 없다는 점이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은 소변이나 혈액검사로 선수들의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을 적발하는데, 브레인 도핑은 검사할 방법도 없다. 네이처는 "선수들이 기록 향상을 원하는 한 브레인 도핑은 점점 더 널리 사용될 것"이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브레인 도핑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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