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게일 디즈니, 스티븐 록펠러.

[[키워드 정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고통 분담의 정신에 따라 부자들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합니다. 우리는 공정한 몫을 부담할 능력도 책임도 있습니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州)의 거부 51명이 뉴욕주지사와 주의회에 '상위 1% 부자 증세'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월트 디즈니의 손녀 아비게일 디즈니, 록펠러 가문의 5대손 스티븐 C. 록펠러 등 미국의 대표적인 '금수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뉴욕주 일부 지역의 아동 빈곤율이 50%가 넘고, 뉴욕주 전역에 8만명 이상이 노숙자로 지낼 정도로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인적 자본과 인프라를 잘 갖춘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뉴욕주 역시 계속 경제적으로 활력을 가지려면 동료 시민들과 공동체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재원 마련을 위해 '공정 조세를 위한 상위 1% 계획'이란 증세안을 제안했다. 증세안에 따르면 1년에 66만5000달러(약 7억70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미국 소득 상위 1%)은 7.65% 세율을 적용받는다. 세율은 연 소득 100만달러·200만달러·1000만달러·1억달러 이상 구간에 각각 8.82%, 9.35%, 9.65%, 9.99%로 점차 높아진다. 증세안이 통과되면 22억달러(약 2조55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욕주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증세에 반대하고 있어, 이번 청원의 법제화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미국 거부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부자 증세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고소득층에게 부유세를 물리자는 이른바 '버핏세' 도입을 제안했다. 지난 2010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진보 성향의 부자 집단 '애국적 백만장자'도 "제발 우리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며 부자 증세를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