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봄 맞은 오빠는 '야상'이 잘 어울리지 말입니다

  • 이헌 패션칼럼니스트·'신사용품' 저자

    입력 : 2016.03.23 03:00 | 수정 : 2016.03.23 07:47

    [42] 야상

    軍服인 '야전상의'에서 유래… 감청색은 슈트와도 잘 어울려

    [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봄 맞은 오빠는 '야상'이 잘 어울리지 말입니다
    /K-Way 코리아 제공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해도 대한민국에선 뜨지 않는 아이템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카무플라주(camouflage·위장색) 패턴이다. 피 끓는 청춘을 군 복무에 바쳐야 했던 한국 남자들은 군복을 연상케 하는 카무플라주 패턴을 웬만해선 받아들이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전 세계 멋쟁이들이 선호하지만 이 땅에선 인기를 끌지 못하는 제품이 M65 필드 재킷이다. 낯설다고? '야상[야전상의(野戰上衣) 줄임말]'이라면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다.

    남성복에는 군복에서 유래한 디자인이 많다. 생사가 오가는 전장에서 오랫동안 그 실용성과 기능성을 테스트받은, 쉽게 말해서 검증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M65 필드 재킷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5년 미군에게 지급된 보급품이다. 베트남 전쟁 기간 미군이 널리 입었는데, 남베트남 중부 고원지방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스콜 뒤에 오는 추운 날씨로부터 병사의 체온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군인들이 제대하면서 민간에도 널리 보급됐다.

    이 재킷의 실용성과 기능성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M65와 같은 디자인 또는 살짝 변형된 제품을 만들어냈다. 양쪽 가슴과 허리춤에 큼직한 주머니가 있고 목덜미에는 접어 넣을 수 있는 모자가 달린 다목적 재킷이라면 오리지널 M65 재킷의 후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에는 멋을 아는 여성들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한 벌은 갖춰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 됐다. 대학 복학생 오빠나 동네 예비군 아저씨들이 입던 후줄근한 야상이 이렇게 패션 아이템으로 신분 상승할 줄이야!

    M65 필드 재킷은 갑작스러운 봄비, 급격한 일교차, 구석구석 파고드는 황사로부터 봄철 오빠의 건강을 방어하는 데 적당하다. 하지만 이 재킷의 가장 큰 매력은 양복 정장 차림에도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사진〉. 그래서 해외 유수 남성복 브랜드는 거의 해마다 원단의 종류와 색상을 바꿔가면서 꾸준히 M65 재킷을 생산한다. 무난한 감청색이나 회색 등 짙은 색상을 고르면 모든 슈트나 캐주얼 차림과 잘 어울리지만, 우윳빛이나 밝은 베이지 계열의 컬러는 특히 봄철에 계절감을 살리며 부담 없이 걸치기 좋다. 어디에든 잘 어울리는 건 마찬가지다.

    일하는 남성에겐 영업과 보고, 경쟁이 이뤄지는 일터가 매일매일의 전장일 터. 치열한 일상에서 승리한 오빠라면 멋에서도 승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봄, 멋의 전쟁에서 당신이 반드시 골라야 할 무기는 바로 M65 재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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