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보] 비례대표제란 어떤 제도인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친노 주류가 21일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비상대책위는 김 대표가 전날 내놓은 비례대표 공천안 내용을 바꿔 수정안을 중앙위원회에 제출했다. 중앙위는 이를 다시 바꿨다. 결국 상·중·하위 세 그룹으로 나뉘어 있던 것을 통합해서 투표토록 했다. 상·중위 그룹에 주로 포진한 교수·전문가 그룹 대신 후순위에 배치됐던 친노·운동권 후보들이 앞 순위로 선정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공군참모총장 출신이 아들의 방산업체 취업 논란 등을 이유로 후보에서 탈락했다. 중앙위를 장악한 친노 주류들이 김 대표가 주도한 '운동권 탈색 공천'에 집단적으로 반발한 결과다.

과거 야당 비례대표는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이 국회로 들어오는 주요 통로였다. 이들 중의 다수가 장외(場外) 투쟁과 국회 파행을 주도했다. 김 대표가 운동권 대신 경제·안보 분야 전문가들을 전진 배치시키려 했던 것도 이 체질을 바꾸지 않고는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구 공천 일부 물갈이를 참아오던 친노·운동권이 비례대표 개혁에 반기를 든 것이다. '운동권당(黨)'을 탈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선거만 끝나면 곧바로 운동권당으로 돌아갈 것이란 예측이 왜 나오는지 잘 보여주는 상황이다.

더민주는 이날 현역 평가에서 컷오프(공천 탈락)시켰던 문희상·백군기 의원을 공천했다. 불과 한 달 전 현역 물갈이를 앞세워 떨어뜨리더니 슬쩍 구제해 준 것이다. 자녀 취업 청탁 파문으로 컷오프됐던 윤후덕 의원도 최근 다시 공천장을 받았다. 물갈이 쇼를 하다 당 지지율이 조금 오르니 스스로 세운 원칙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컷오프된 친노 핵심 이해찬 의원 지역인 세종시에도 아직 후보를 내지 않고 있다.

더민주는 최근 철 지난 이념에 매여 있던 과거와 달리 비교적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막판에 이르자 결국 겉모습의 변화와 바뀌기 힘든 본색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김종인 대표가 이념적으로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던 정의당과의 선거 연대도 다시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런 고질병을 뜯어고치지 않고 이리저리 꼼수나 부려서는 운동권당 체질을 바꿀 수도,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도 없다.

[[사설] 지금이라도 집권당다운 안정·통합·포용 보여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