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민주 비례대표 진통, 운동권黨으로 돌아가자는 얘긴가

      입력 : 2016.03.21 03:23

      더불어민주당이 20일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하기 위해 중앙위원회를 열었다가 격렬한 반론이 제기되면서 투표를 21일로 연기했다. 주로 제기된 이견은 1~10번, 11~20번으로 그룹을 나눠 투표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앙위가 파행된 이후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시대착오적인 '야당의 정체성'이 또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날 발표된 43명 후보 명단의 가장 큰 특징은 운동권 출신이 배제되고 대신 각계 전문가가 많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친노(親盧) 지도부 시절인 19대 때는 전순옥·임수경 같은 1970~80년대 범(汎)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야당이 당시 철 지난 이념의 수렁에 스스로 빠져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비례대표 명단은 당의 체질이 상당 부분 바뀔 수도 있다고 기대를 갖게 할 만큼 달랐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었더라면 이런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 대표는 야당도 집권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여러 문제점도 발견되고 있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병역 비리 연루 의혹 등 개인적 흠결이 제기된 사람이 여럿이다. 이것은 조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것대로 조치하면 된다. 김종인 대표가 2번 자리에 자신을 스스로 공천하겠다고 한 것도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 그는 더민주에 들어간 이후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미 비례대표만 네 번이나 한 사람이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겠다고 이 당에 들어왔겠느냐' 같은 말을 해왔다.

      이날 더민주 지지층 사이에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신상(身上) 공격이 일어났다. 상위 순번에 오른 경제학자에 대해서는 몇 년 전 '론스타 먹튀 논란을 과도하게 벌이면 국제 신인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기고한 내용을 걸고 넘어졌다. 여성으로선 최초로 서울시의사회 회장에 오른 사람에 대해서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이 공격 사유가 됐다.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은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보려는 체질을 털어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더민주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그러더니 상황이 조금 좋아졌다 싶으니까 다시 옛날 체질이 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논문 표절, 병역 비리 등 도덕성에 명백한 문제가 확인된 사람은 비례대표에서 제외되어야 옳다. 그래야 그동안 공직자 청문회 때마다 야당이 문제 삼았던 공직자의 자격 기준에 맞는 것이다. 이날 일어난 정체성 논란이 일시적 진통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이 당이 집권 능력을 보여주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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