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난민 위기에서 벗어날 전환점을 마련했다. 유럽연합(EU) 비회원국인 터키가 '초기 단계'에서 난민들을 모두 맡아주고, EU는 터키에 자금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EU 대표단과 터키는 18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 같은 방안에 합의했다고 BBC 방송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합의안은 오는 20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앞서 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전날인 17일 터키가 그리스로 건너간 난민들을 일단 모두 되돌려 받는 조건으로 제시한 요구사항에 대해 EU 차원의 협상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EU 각국은 난민 해법을 놓고 제각각 대책을 마련하는 등 갈등이 심했었다.
◇난민은 일단 터키로… EU는 비용 부담
난민 대책의 핵심은 터키를 통해 그리스로 들어간 모든 난민을 터키로 되돌려 보낸 뒤, 시리아 난민만 선별해 유럽으로 이주시키는 것이다. 내전으로 고국을 떠난 '진짜' 난민만 수용하고, 일자리 등 경제적 이유로 유럽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배제하기 위해서다. EU 측은 난민 송환·시설 운영 등과 관련된 각종 비용 지원 명목으로 오는 2018년까지 터키에 60억유로(약 7조9000억원)를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가 난민을 떠안는 대신 지원금을 받는 방안은 작년 하반기부터 거론됐다. EU가 약속한 금액은 당초 제시한 금액의 2배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는 유럽에 최종 정착할 난민의 수를 7만2000명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U 정상들은 난민들이 '국제적 기준'에 따라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지난 7일 제1차 EU·터키 간 정상회담 때 '터키 송환' 방안이 제기된 이후, 국제앰네스티(AI) 등 국제 인권단체들이 "난민의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EU의 방안에는 난민 모두가 개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터키 송환 때는 유엔 난민 기구가 감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했다. 유럽 정상들은 또 터키 측에 일단 송환된 난민들을 고국으로 되돌려 보내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현재 그리스에는 오스트리아와 발칸반도 국가들이 국경을 차단하는 바람에 난민 4만3000여명 정도가 발이 묶여 있다. 외신들은 "EU·터키 협상이 타결되면 이들이 가장 먼저 터키로 송환될 것"이라고 했다.
◇키프로스 반대로 협상 한때 난항
터키는 유럽의 난민 고민을 해결해주는 대신, 오는 6월부터 터키 국민에 대해 EU 입국 시 비자를 면제해주고 EU 가입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줄 것도 요구했다. 터키는 20년 넘게 EU 가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인구 약 110만명으로 EU 회원국 중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인 키프로스가 터키의 EU 가입 추진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키프로스는 남쪽 그리스계(인구의 77%)와 북쪽 터키계(18%)의 무력 충돌로 남북이 분단된 상태다. 국제사회 시각으로는 EU 가입국인 남키프로스만 '국가'이다. 반대로 터키는 북키프로스만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 통일을 추진하려는 남키프로스는 터키가 통일을 방해한다고 본다. 남키프로스의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터키가 남키프로스를 국가로 인정하고, 공항과 항만을 개방하지 않으면 터키의 EU 가입 협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U와 터키는 구체적인 시기는 명시하지 않은 채 "빠른 시일 내에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재개한다"는 선에서 절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는 프랑스·스페인 등이 "난민 문제 때문에 터키에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터키가 합당한 조건 충족에 노력하기로 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