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자세를 취해라, 원더우먼처럼

조선일보
입력 2016.03.19 03:00 | 수정 2016.03.19 10:12

같은 공간 적극적 자세 취한 집단
무기력한 자세 취했던 집단 비해 결단력 높아지고 스트레스 줄어
"자세·몸짓·표정 등에 따라 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 달라져"

프레즌스(Presence) 책 사진

프레즌스(Presence)

에이미 커디 지음|이경식 옮김
알에이치코리아|496쪽|1만8000원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콜로라도대 재학 시절,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며 학비를 벌던 여학생이었다. 대학 2학년 때 몬태나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가한 뒤, 일요일 저녁에 학교로 돌아오기 위해 차를 몰았다. 14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운전이었다. 하지만 동승한 3명이 4~5시간씩 나눠서 운전하면 월요일 오전 수업에는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한 명은 운전하고, 나머지 한 명은 조수석에 앉아서 운전자가 졸지 않도록 해주고, 마지막 한 명은 뒷자리 침낭에 들어가 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고는 예견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캄캄하고 광활한 도로를 시속 140㎞로 달리던 새벽 4시 무렵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친구가 깜빡 졸았다. 순식간에 자동차는 도로를 벗어나 추락 방지용 요철 구간을 덜컹거리며 달렸다. 정신을 차린 운전자는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하지만 차는 세 바퀴 반을 구르고 뒤집혔다. 앞자리의 친구들은 다행히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뒷자리 침낭에서 자고 있던 저자는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갔다. 오른쪽 이마부터 도로에 떨어졌고, 두개골이 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운동과 언어 장애를 수반하는 다발성 신경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능지수도 표준편차를 한참이나 벗어난 30점까지 떨어졌다.

1년간 휴학한 뒤에 학교로 돌아왔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가운데 절반은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 같았다"고 고백했다. 두 차례나 더 복학한 끝에 동급생보다 4년 늦게 졸업장을 받았다. 저자는 "무사히 졸업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이 오히려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프레즌스'의 저자 에이미 커디는 '자세와 몸짓 같은 신체 언어는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인식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인식까지도 바꾼다'고 말한다. 그가 내면의 불안을 잠재우고 자신감을 높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한 것이 '원더우먼 자세'다.
'프레즌스'의 저자 에이미 커디는 "자세와 몸짓 같은 신체 언어는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인식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인식까지도 바꾼다"고 말한다. 그가 내면의 불안을 잠재우고 자신감을 높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한 것이 '원더우먼 자세'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프레즌스(Presence)'는 저자가 생존을 위해 벌였던 사투(死鬪)의 결과물이다. 프레즌스는 '존재감'으로 번역되지만, 저자는 "자신의 진정한 생각과 느낌, 가치와 잠재력을 최고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조정된 심리 상태"라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몸이 마음을 지배한다'는 제목을 붙인 책의 8장이 대표적이다. 이를테면 강의에 적극적인 학생은 등을 의자에 붙인 채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지만, 소극적인 학생은 강의 시간 내내 손으로 목을 만지고, 머리카락이나 장신구를 만지며 흐느적거린다는 것이다. 평소 엉거주춤한 자세로 수업에 임했던 '불량 학생'들은 정신이 번쩍 들 것만 같다.

자세와 몸짓, 표정과 신체 습관이 마음가짐을 결정한다는 저자의 관점은 실험을 통해서 뒷받침된다. 상당히 넓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팔다리를 멀리 뻗는 확장적인 자세를 취한 피실험자들은 움츠리거나 오그라든 무기력한 자세의 다른 집단과 호르몬 수치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집단은 결단력과 연관 있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9%까지 높아진 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 수치는 25% 떨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몸은 우리의 자서전이 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성공을 위해서는 당당한 자세부터 취하라고 조언한다. "어깨를 뒤로 젖히고 가슴을 활짝 열며, 호흡은 깊고 천천히 하고, 턱을 치켜든 자세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남의 말부터 경청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성공을 부르는 사례로 꼽은 것이 두 발을 당당하게 벌리고 허리에 손을 얹는 '원더우먼 자세'다. 2012년 지식 공유 콘퍼런스인 테드(TED)에서 저자의 강연은 3200만건의 조회수를 돌파했고, '원더우먼 자세'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채용 면접이나 회의 시간에 설령 취업준비생이나 신입 사원이 도도한 자세를 취하고 있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할 일이다.

성공을 부르는 자세가 따로 있을까 긴가민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권위적이고 강력한 자세를 취한 채로 답변을 준비한 피실험자들은 굴종적이고 무력한 자세를 취했던 피실험자들에 비해 면접 점수를 더 잘 받았고, 채용 가능성도 높았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대학생 취업 스펙(Spec)에 '자세'도 추가될 것 같다.

저자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를 병렬적으로 나열하고 있다는 비판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버드대 교수가 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1992년에 나는 희망을 잃지 않고 그저 한 주 한 주를 무사히 보낼 수 있기만 바랐다"는 저자의 고백을 읽고 있으면, 비판하려던 마음 자체가 옹졸하게만 여겨진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마음에 쏙 들 법한 책이지만, 자녀들에게 잔소리할 때도 최대한 천천히 부드럽게 하시기를. 그래야 아이들도 자세를 곧추세우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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