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과 끼로 키운 한류, 가상현실·IT 타고 더 진화할 것"

    입력 : 2016.03.18 03:00 | 수정 : 2016.03.18 07:25

    ['코리안 쿨' 제3 한류 뜬다] [8·끝] 전문가들이 본 한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융합돼 스포테인먼트 시장 생겨났듯이 IT 통해 새로운 분야 개척해야
    비욘세, 앨범 내면 상품 260개… 엑소 과자·레드벨벳 케이크 등 한류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중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돌풍이 거세다. 중국에선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서 조회 수 26억을 돌파했다. 회당 10만달러에 판매된 일본에선 '겨울연가' 열풍이 재현될 조짐이고, 4월부터는 홍콩 TV에서 방영된다. '별에서 온 그대'(2013년) 이후 더 강력한 엔진을 찾던 한류(韓流)엔 희소식이다. 테러와 재난의 시대를 맞아, "어떤 위험에서든 나를 구해줄 강한 남자"의 매력을 발산하는 송중기는 대한민국 이미지를 더욱 '쿨(cool)'하게 업그레이드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조선일보 본사에서 이뤄진 '코리안 쿨, 제3한류 뜬다' 시리즈 결산 좌담에 참석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태양의 후예'는 치열한 경쟁, 사전제작 방식, 중국과 동시 방영을 통해 성과를 거둔, 한류 생태계의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 장관을 비롯해 세계한류학회장인 박길성 고려대 대학원장, K팝 스타들을 대거 배출한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김종덕(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길성(왼쪽) 고려대 대학원장,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조선일보 본사에서 이뤄진‘코리안 쿨, 제3한류 뜬다’시리즈 결산 좌담회에 참석했다.
    김종덕(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길성(왼쪽) 고려대 대학원장,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조선일보 본사에서 이뤄진‘코리안 쿨, 제3한류 뜬다’시리즈 결산 좌담회에 참석했다. /이진한 기자
    한류가 20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김영민
    =흥, 혹은 끼라고 해야 할까. 한국인의 문화 창조 DNA가 발휘된 것 같다. 시장의 특수성도 있다. 나라가 작고 포화 상태가 되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류에 우리 사회 전체가 "기분 좋다" "자랑스럽다"는 칭찬과 격려를 해준 것도 원동력이 됐다.

    김종덕=한류의 동력은 치열한 경쟁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1년에 드라마가 1000편 이상 만들어지는 나라 별로 없다. 생존하기 위해 완성도를 높였고, 그러다 보니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얻었다.

    박길성=끊임없이 진화하려는 욕구가 한류의 성장 동력이다. K팝의 경우 댄스 음악에서 시작해 힙합까지 뻗어나갔고, 드라마도 IT와 결합해 웹드라마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한류의 발전 속도가 더딘 것도 사실이다.

    ▲김종덕
    =문화를 오직 수출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성장의 속도만 보인다. 하지만 문화는 상호 교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중국, 일본 등 타 문화와 교류하면서 한류도 성장하고 풍부해진다.

    김영민=치열한 경쟁을 뚫은 우수한 인재들이 유입되면서 한류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관건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냐다. 음악과 가상현실 기술이 융합되면 이전과 전혀 다른 시장이 만들어진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융합돼 '스포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듯이.

    박길성=홍콩 영화처럼 한류도 한순간에 무너질 거란 우려를 하는데, 잘못된 비교다. 홍콩 영화 제작 시스템은 한류와 비교할 수준이 못 된다. K팝 선두주자인 SM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싱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김종덕=나도 SM의 홀로그램 콘서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IT와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웹툰같이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김영민=한류의 힘은 산업적 효과에 앞서 문화적으로 다른 나라를 파고들며 저변을 확대해준다는 것이다. 한식(韓食)을 봐라. 무조건 '세계화해야 한다'는 기업적 마인드에서 접근했을 땐 성과가 저조했다. 지금은 어떤가. 외국인들이 한식을 '즐기는 음식 문화'로 인식하면서 K푸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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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로 보는 '코리안 쿨'
    중국은 한류 최대 소비 시장이지만 무서운 기세로 콘텐츠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는 경쟁국이기도 하다.

    김종덕=중국 시장에 대한 걱정이 많은 건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사회적 파급력이 큰 한류 콘텐츠를 통제하려 든다. 공동 제작 방식을 유도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게 좋은 해법이 아닐까 한다. 그러면 복제나 강탈, 저작권 같은 문제도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은 우리 걸 그냥 베껴도 제재할 방법이 없지만, 공동 제작한 콘텐츠라면 중국 정부가 적극 보호할 것이다.

    김영민=중국 자본과의 합작으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중국 쪽에 중국용 콘텐츠만 만들 게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보고 만들어야 한다고 유도할 수 있는 게 한국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시장을 전제로 하고 만들 듯, 아시아에선 한국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박길성=할리우드엔 영연방 국가 감독이나 배우들이 잔뜩 포진해 있다. 니콜 키드먼, 러셀 크로는 호주 출신 아닌가. 영국과 할리우드의 관계를 한국과 중국의 관계로 바꿔서 보면 해법이 나온다.

    쇠퇴해가는 일본 한류를 다시 살려낼 방법 있을까.

    ▲김종덕
    =일본의 혐한(嫌韓)은 정치가 만들어냈다. 혐한이 한류 문화의 반작용이라는 선입견은 오해다. 오히려 문화는 정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김영민=SM 매출만으로 보면 일본 시장 실적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장관 말씀대로 콘텐츠 자체에 혐한은 없다.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멀리 볼 때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본 미디어에서 한류를 다루는 빈도는 줄었지만 모바일이나 SNS 같은 뉴미디어 쪽에서는 한류가 확대되고 있다.

    박길성=일본의 K팝 경쟁력은 여전히 높다. 양국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티켓은 없어서 못 구한다. 정치 문제만 해결되면 한류는 도약할 것이다.

    한류는 저성장 시대 새로운 엔진이다. 관건은 뭘까?

    김영민=인재 육성이다. 문화부 주도 아래 학자와 현업 종사자들이 모여, 유능한 인재를 길러낼 기관을 만들고, 그 텍스트를 전파시킨다면 어떨까. 이렇게 가정해보자. 한국 최고 국립대가 하와이에 낸 분교와 SM이 만든 문화 콘텐츠 학교가 낸 분교 중 어디에 학생이 더 많이 몰릴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종덕=문화창조융합벨트는 콘텐츠 업계에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좋은 아이디어와 콘텐츠가 있는 젊은이들에게 정부가 펀드를 대고, 사업화된 아이디어가 전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문화 콘텐츠 분야인데 '서비스업발전기본법' 같은 제도가 아직 미비해 장애가 된다. 국회가 도와줘야 한다.

    김영민=요즘 SM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중소기업 우수한 제품들에 SM의 콘텐츠를 입히는 것이다. 과자에 엑소의 디자인을 입히고, 파티셰(과자 장인)가 레드벨벳에 영감을 얻어서 케이크를 만든다. SM 사옥 지하 공간에서 이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길성=한류 산업 비즈니스 모델은 여전히 약하다. 팝스타 비욘세가 앨범을 출시하면 260여개 상품이 나온다. 엄청난 부가가치다. 싸이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가 수십억 조회 수를 기록해도 가장 큰돈을 번 건 구글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김영민=뉴미디어나 가상현실(VR) 같은 새 시장에는 한류가 더 빨리 올라탈 수 있다. 한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이나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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