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대통령, 친박黨 만들어 국정 제대로 헤쳐갈 수 있는가

조선일보
입력 2016.03.18 03:23

새누리당 공천을 책임지고 있는 두 축인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가 결국 두 쪽으로 갈라졌다. 17일 최고위는 김무성 대표가 없는 상태에서 친박(親朴)계 위원들 간담회로 열렸다. 김 대표를 제쳐놓고 친박 원내대표가 외부 선대위원장을 접촉하는 일도 벌어졌다. 공천관리위에선 비박(非朴)계 위원들이 회의 내용을 외부에 누설하고 있다며 외부 위원들이 집단 퇴장했다. 모두 친박 측이 '정체성'이라는 새로운 공천 기준을 내세워 박근혜 대통령과 소원하게 된 사람들을 대거 탈락시킨 데 따른 후폭풍이다. 이 정도면 정신적으로는 이미 분당(分黨) 상태라는 말이 그리 과장이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소란이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박 대통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나 친박 측은 다소간 역풍이 있다 해도 야권이 분열돼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실제 그럴지는 4·13 총선 투표함이 열리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친박 사이에서는 비박 배제로 지역구 몇 석 정도 잃어도 상관없다는 말, 최악의 경우 과반(過半) 의석을 얻지 못해 선거에서 지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식의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도 국회 마비를 풀지 못하는 여당이 국회 내 소수로 전락하면 어떻게 될지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선거 결과는 민심이 결정지을 것이지만 그와 별개로 대통령과 집권당 다수파가 국정(國政)보다 눈 밖에 난 사람들을 쳐내는 정파 이익을 앞세우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지금 새누리당에선 당 대표를 향한 막말로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윤상현 의원 지역구에 당 후보를 내지 않아 그가 무소속으로 당선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다. 친박 측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친박당'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뜻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안보·경제가 동시 위기 상황이라고 국민에게 호소해 왔다. 실제가 그렇다. 박 대통령 남은 임기 2년은 경제와 안보 모두에서 유례가 드문 한반도 격동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강력하면서도 유연하고 통합적인 리더십이 절실하다. 박 대통령은 지금 그 길로 가는가. 사심을 버리고 국정만을 생각하는가, 아니면 감정풀이와 정파 이익이 우선인가. 설사 친박당으로 선거에서 이긴다고 한들 이토록 쌓인 원한과 증오가 국정을 더 어렵게 만든다면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키워드 정보] 공천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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