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잃어버린 20년' 日보다 경제 활력 떨어졌다니

조선일보
입력 2016.03.18 03:21

우리나라 실업률이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2개월 연속 일본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우리 실업률은 3.4%, 일본은 3.3%였다. 그제 발표한 2월 국내 실업률이 4.1%로 전달보다 0.7%포인트나 급등해 당분간 한·일 실업률 역전은 계속될 모양이다. 외환 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보다 실업률이 더 높아졌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3%대 초반인 일본 실업률이 선진국 중 유독 낮기는 하다. 20년 전 시작된 생산 가능 인구 감소로 인력 부족이 심한 데다 아베노믹스로 나타난 경기 부양 효과까지 보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작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6%로 0.4%에 그친 일본보다 높다. 성장 속도가 빠른데도 실업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성장이 일자리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경제의 불임(不妊) 현상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경제 활력을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이다. 수출은 일본보다 더 줄고, 물가 상승률은 일본보다 더 낮아졌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일본보다 시들하다는 의미다.

아직 선진국 문턱을 못 넘은 우리 경제가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빠진 일본보다도 더한 무기력 상태에 빠진 것은 변화와 구조 개혁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다. 기업들은 몇몇 산업의 성공에 도취돼 신(新)사업 진출을 미루다 매출과 수익이 뒷걸음질하자 직원부터 자르고 있다. 일본이 지난 5년간 370조원에 이르는 인수·합병으로 산업 체질을 뜯어고치려고 몸부림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와 교육계는 취업 준비생 70%가 대졸자인 기형적 구조를 방치하며 개혁을 미루고 있다. 일본 대졸자 비중은 20년 전 청년 실업률이 치솟기 시작할 당시에도 30%대를 넘지 않았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바꾸려면 개혁 법안 처리가 급한데도 국회는 마비 상태다.

지난 5년간 2~3%대 저성장이 고착화됐지만 산업·교육·노동 등 각 분야에선 20년, 30년 된 구태(舊態)가 여전하다. 정치는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위험) 요인이 된 지 오래다. 문제가 문제로 보이지 않는 만성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는 쇠락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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