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12.5%로, 같은 기준의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4.9%)을 2.5배나 웃돌았다. 여기에 통계상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 고시생이나 취업 못해 진학한 대학원생, 비자발적 비정규직 등까지 합치면 청년층의 체감(體感) 실업률이 34.2%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30~40%대의 청년 실업률에 시달리는 남유럽형 모델을 닮아가고 있다.

사상 최악을 치닫는 청년층 취업난은 기본적으로 경제 침체 때문이다.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은 속에서 한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독 청년층이 극심한 실업 사태를 겪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책임 방기에 따른 정책 실패의 측면이 크다. 청년 세대에게 불리한 노동시장을 수술하지 않고 방치한 데 따른 '세대 착취'의 성격이 강하다.

우리 노동시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주도해 일자리 진입과 퇴출의 벽을 높게 쳐놓은 경직된 구조다. 기성세대의 정규직 노동자는 높은 보호를 받지만 그 결과 청년층이 정규직에 진입하기가 애초부터 불리하다. 이런 문제를 고치려는 노동개혁법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야당 반대로 지금껏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는 정년을 올해부터 60세로 연장해놓고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후속 대책은 나 몰라라 팽개쳤다. 정년 연장으로 약 30만명의 베이비부머(1955~63년생) 노동자들이 은퇴하지 않고 취업 시장에 잔류하게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 청년 취업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정년 연장이 청년 실업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임금피크제를 정착시키고 채용과 해고를 쉽게 하는 등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고쳐야 한다. 하지만 관련 법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고용 패턴을 연공서열에서 성과 중심으로 고치도록 유도해야 할 정부도 아무 구속력 없는 지침 몇 개만 내놓았을 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청년 실업은 나라의 미래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문제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이제라도 청년층에 불리한 노동·취업 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사설] 원칙도 새 인물도 없이 舊態만 난무한 20대 총선 공천
[사설] '운동권 전교조' 벗어나 교육 혁신 위한 각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