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5국] 이세돌, 5시간 접전 끝 패배…세기의 대국 '1승4패' 마감

입력 2016.03.15 11:11 | 수정 2016.03.15 18:48

이세돌·알파고 5국
 


이세돌 9단이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마지막 대국에서 280수 만에 아쉽게 패배했다.

인류와 기계의 대결로 세계적 관심을 받은 '세기의 대국'은 결국 알파고의 4 대 1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세돌 9단은 지난 13일 4국에서 3연패 끝에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의 희망을 보여줬지만, 이날 미세한 차이로 석패했다.

초반 '이세돌다운' 바둑으로 대국을 주도적으로 끌어나간 이세돌 9단은 결국 마무리 수순에서 기계의 세밀한 계산을 넘어서지 못했다.

알파고가 차지한 우승 상금 100만 달러(고정환율 약 11억원)는 유니세프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7보

이세돌 9단이 좌하귀에서 강행한 바꿔치기는 기대만큼 결과가 좋지 않다. 끝내기에 강한 이세돌 9단도 기계의 계산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알파고는 사람처럼 손따라 두는 경우가 없다. 철저한 계산에 따라 냉정한 수를 둔다.

초읽기에 몰린 이세돌 9단의 한숨이 점점 늘어간다. 초반에 보이던 여유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세돌 9단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이미 변수가 줄어든 바둑판에서 알파고의 계산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세돌 9단은 패배를 직감한 듯 했지만, 돌을 내려놓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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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형세는 종잡을 수 없다. 양쪽 모두 큰 승부수를 보기 보단 타협하는 모양새다. 어느덧 이세돌 9단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엎치락 뒤치락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알파고가 의미 없는 선수 교환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보통 초읽기에 몰린 쪽이 시간을 벌기 위해 두는 수가 계속 나온다. 시간에 쫓기는 이세돌 9단에겐 시간을 벌어주는 반가운 수다. 하지만 이미 알파고가 이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던지는 무의미한 수일 가능성도 있다.

승부는 막바지다. 끝내기 승부에 강한 것으로 유명한 이세돌 9단이지만, 사람의 직관이 기계의 계산을 앞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보

이세돌 9단은 중앙에서 회심의 101수를 두면서 비대해지는 알파고의 중앙 집을 견제한다. 결국 마지막 승부처는 중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 싸움이 채 시작되기 전에 전장은 좌하귀로 넘어갔다. 이번엔 반대로 이세돌 9단이 패싸움을 걸고, 알파고가 물러선다. 패싸움에 돌입하면 이세돌 9단에게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대신 알파고는 하변 흑돌을 노린다. 이 흑을 잡으면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되지만, 이세돌 9단은 잘 대응해 나간다. 알파고는 장고하면서도 시간만 연장할 뿐 스스로 팻감을 없애는, 유창혁 9단 표현에 따르면 "사람이라면 두지 않을 수"를 계속 둔다. 알파고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좌하귀 싸움도 마무리된다.

이제 드디어 최후의 승부처인 중앙 싸움이다. 이세돌 9단에게도, 알파 고에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다. 유창혁 9단은 "너무 어려운 싸움이다. 나도 수 읽기가 안 된다"고 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형세 판단도 불가능하다. 알파고는 지난 5대국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4보

상변 싸움에서 이세돌 9단의 '흔들기'가 나온다. 이세돌 9단은 눈 앞의 실리를 내주면서도 백의 중앙 모양이 좋아지는 걸 염두에 둔다. 하지만 알파고는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고, 이세돌 9단도 안정적인 수로 물러난다.

이세돌 9단은 상변에서 손을 떼고 중앙 견제에 돌입하지만, 알파고가 계속 상변 싸움을 걸어온다. 이런 종류의 싸움은 평소 이세돌의 강점이다. 유창혁 9단은 “나도 이세돌의 흔들기에 많이 져 봤다”고 했다. 하지만 알파고 역시 그 동안 대국에서 수 읽기 싸움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보통 인공지능은 패싸움이 약하다고 알려졌지만, 알파고는 오히려 상변에서 패싸움을 걸어 온다. 패감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이세돌 9단이 오히려 물러선다.

오늘 대국 중반까지는 5번기 가운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시간 차이가 가장 적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의 장고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다시 시간에 쫓길 가능성이 커졌다. 알파고의 추격이 이어진다.

▲3보

알파고는 우변에서 계속 싸움을 건다. 잠깐 날카로운 수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침착하게 응수한다. 일단은 이세돌 9단의 승리로 마무리되지만, 알파고는 죽은 돌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알파고는 전장을 우상귀로 옮기지만, 역시 큰 재미를 보지 못한다. 오히려 이세돌 9단의 집이 단단해 졌다.

전장은 상변으로 넘어가고, 이세돌 9단은 무리없는 바둑을 둔다. 유창혁 9단은 "그 동안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약점을 찾느라 너무 당연한 수를 두지 않아 답답했다"며 "이제야 9단 대 9단의 바둑을 두며 실력을 보여줄 것 같다"고 했다.

상변 싸움도 이세돌 9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알파고는 또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의아한 수를 둔다. 하지만 알파고가 더 멀리 내다본 수를 뒀을 가능성도 있다.

▲2보

이세돌 9단은 초반 우하귀에서 40여집을 확보하며 안정적으로 출발했다. TV조선에서 해설을 맡은 김영상 9단은 "초반은 흑이 약간 좋아 보인다. 나라면 흑을 잡겠다"고 했다. 바둑TV에서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4국에서 이기면서 (심리가 안정된) 이세돌 9단이 5번 대국 가운데 가장 '이세돌 다운' 바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귀, 우하귀에 이어 좌상귀에서도 무난한 진행이 이어졌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알파고가 또 '이상 감각'을 발휘한 수를 던졌다. 좌상귀에서 손을 뗀 알파고가 백40수로 중앙을 도모한 것이다. 해설자들은 "좋아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알파고만의 계산이 있지 않을까"고 평했다.

▲1보

딸과 함께 웃으며 등장한 이세돌 9단은 대국장에 들어서선 담담한 표정으로 태세를 바꿨다. 전날 이세돌 9단의 친누나이자 월간바둑 편집장인 이세나씨는 이세돌 9단이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백돌을 잡고 이겼으니, 흑돌을 잡고도 이겨보고 싶다"고 말한 대로 흑을 잡았다. 중국규칙을 따르는 이번 대국은, 덤 7집 반을 가져가는 백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세돌 9단은 우상변 소목으로 시작해 소목 포석으로 나왔고 알파고는 좌측 화점에 뒀다. 초반 포석은 무난한 진행이다. 이세돌 9단은 최근 바둑계에서 가장 유행하는 포석을 들고 나왔고, 화점을 잡은 알파고는 자신이 유리하는 판단 하에 안정적으로 대국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싸움은 우하귀에서 시작된다.

▲예고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초반부터 충격의 연속이었다. 대국 시작 전 “(알파고에게) 한 판 질까 말까”라며 자신감을 보였던 이세돌 9단은 첫 국에서 알파고에게 시종일관 끌려다니며 불계패했다.

‘불의의 일격’이 아니었다. 이세돌 9단은 이어지는 2, 3국도 잇달아 내주며 알파고에게 완패했다. 최종 승리를 확정지은 알파고는 우승상금 100만 달러(고정환율 11억원)도 차지했다.

3국을 마치고 이세돌 9단은 “이렇게 심한 압박감,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세돌 9단은 “1승이라도 따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였다. 어느덧 승부는 ‘인공지능’의 도전이 아닌 ‘인류’의 도전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세돌 9단이 심리적으로 무너지며 알파고의 5-0 승리가 예상된다”는 비관적 입장이 우세했지만, 이세돌 9단은 4국에서 귀중한 1승을 따내며 인류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세돌 9단이 둔 ‘78수’는 1202개의 뇌(중앙처리장치)를 가졌다는 알파고를 당황해 자멸케 하며 ‘신의 한 수’로 떠올랐다.

4국을 마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백돌을 잡고 이겼으니, 흑돌을 잡고도 이겨보고 싶다”고 했다.

중국규칙을 따르는 이번 대국은 상대적으로 백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세계는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이라도 따낸 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스스로 불리한 상황을 자초하며 또 한 번의 승리에 도전하고 있다.

그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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