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大學 "정부, 과학혁신 막지말라"

조선일보
입력 2016.03.15 03:00

서울대·고대·연대·카이스트·포스텍 공동선언문
"계량적 평가만으로 지원… 모험적 연구 위축시켜"

서울대·고려대·연세대·카이스트·포스텍 등 국내 이공계(理工系)를 대표하는 5개 대학이 "정부 지원 연구 과제를 평가할 때 계량적 평가에 치중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정부에 과학 연구 과제 선정·평가 시스템을 개혁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5개 대학의 연구부총장들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문에 합의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들은 조만간 공동 선언문을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간 선진국을 쫓아가는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학술 논문 수가 세계 10위권에 이를 정도로 양적(量的) 성장을 이뤘지만, 연구 결과의 질(質)을 보여주는 논문 피인용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는 연구·개발 재원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SCI(과학인용색인)급 국제 학술지 게재 논문 수(數) 등 정량적 지표를 중심으로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평가해왔기 때문"이라며 "연구자들은 이런 풍토하에서 모험적 연구에 뛰어들기보다 이미 해 놓은 연구를 따라가며 지표 값만 채우는 분위기에 젖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런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연구 사업 선정 및 업적 평가 때 '정성(定性) 평가'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문 수나 단기 실적 등을 계량화한 '정량(定量) 평가'보다 연구 주제가 도전적인지, 연구 취지에 맞게 성실히 연구를 수행했는지 등 연구 자체의 가치와 질에 대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연구 과제 선정·평가도 관료나 비전문가가 아닌 해당 분야 전문가가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전(全) 세계 과학자들도 지난 2013년 5월 연구 성과를 계량화해 평가하는 과학계 풍토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샌프란시스코 선언'을 발표했다. 이우일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이번 선언은 샌프란시스코 선언의 한국판인 셈"이라며 "고품질의 연구 성과가 많이 나오도록 하려면 평가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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